박수홍 "전성기 年 20억 벌었지만…내 인생 1번은 다예씨"
뉴시스
2025.09.09 09:06
수정 : 2025.09.09 09:06기사원문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데뷔 이후 군 복무 2년을 빼고는 단 한 주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최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방송인 박수홍은 데뷔 30여 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2008년까지가 제 전성기였죠. 감사하게도 일곱, 여덟 개 프로그램을 동시에 맡으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때 1년에 20억 이상 벌었잖아요." 놀라운 액수였지만, 박수홍에게 그 숫자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벌었지만 중요한 건, 정작 제대로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제 자신보다 가족을 더 믿었고, 희생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청춘을 바쳐 쉬지 않고 일한 결과가 결국 이런 아픔으로 돌아왔잖아요."
그가 말한 아픔은 익히 알려진 친형 부부와의 금전적 갈등이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 이야기가 나오자 박수홍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는 "그 문제의 돈 때문에…정말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상실감이 너무 컸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깊은 상실감은 그의 일상까지 흔들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방송인이지만, 그의 곁에는 매니저 한 명 없다. "내일 대구와 청송에 가야 하는데, 혼자 KTX를 타고 내려가야 해요."
한때는 아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김다예는 "아이 낳기 전까지는 제가 매니저였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매니저를 뽑자'고 했는데, 남편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큰 것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수홍은 "힘들 때 제 곁을 끝까지 지켜준 건 아내였어요. 다른 매니저는 필요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제 인생의 유일한 1번은 다예 씨예요. 2번은 재이, 3번은 다홍이죠"라며 웃었다.
그의 일상은 이제 새로운 가족의 손길로 단단히 지탱되고 있다.
"인터뷰하는 지금도 장모님이 재이를 돌봐주고 계세요. 손에 철심을 넣는 수술까지 하셨는데도 늘 곁에서 도와주시죠. 장인어른은 제가 집에 가면 분리수거까지 다 해놓으세요."
그는 "이렇게 고마운 가족이 내 곁에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하나님이 '정신 차리고 네 가족을 꾸려라'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은 그가 나아갈 이유가 됐다. "어젯밤에도 아내와 얘기했어요. 재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우리가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요. 아이가 원하는 걸 뒷받침해줄 수 있을 때까지는 제가 버텨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옆에서 듣고 있던 김다예도 단단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과거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답이 없어요. 법적인 건 법대로 두고, 우리는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죠."
인터뷰를 마친 뒤, 두 사람은 압구정 아파트로 향했다. 지옥 같은 시간을 함께 견뎌온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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