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 뺨맞고 日에 2-0 분풀이... 한국은 미국 잡고, 일본은 미국에 잡혔다

파이낸셜뉴스       2025.09.10 12:48   수정 : 2025.09.10 12: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때 한국 축구 팬들은 A매치 상대가 일본이라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몇 년간 이어진 일방적인 패배, 경기력 차이, 그리고 ‘한일전 공포증’이 굳어지면서 “일본에겐 안 된다”는 체념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9월 A매치 시리즈는 오랜만에 그 공식을 흔들어 놓았다.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평가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손흥민(LAFC)과 이동경(김천상무)의 연속골로 FIFA 랭킹 15위 미국을 2-0으로 완파했다.

그리고 사흘 뒤, 같은 미국을 상대로 일본이 나섰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멕시코전(0-0 무승부)에서 뛴 11명을 전원 교체하는 파격적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미국에게 0-2로 완패. 점유율, 슈팅, 유효슈팅 모두 뒤지며 내용까지 완벽히 밀렸다. 일본은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1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몇 년간 한일 축구의 흐름은 분명 일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한국은 일본을 만나면 잇달아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고, A매치 전적만 놓고 봐도 체면을 구겼다. 반면 일본은 유럽파를 앞세워 ‘아시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나 이번 9월의 그림은 달랐다. 한국은 미국을 잡고 멕시코와 대등한 기세를 보였지만, 일본은 같은 두 상대에게 고전하며 무득점에 그쳤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일본이 졌으니 한국이 앞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축구는 상대 전술, 상황, 시기마다 달라지는 복합적인 경기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동안 한국이 일본과 비교할 때마다 느꼈던 열세와 위축을 잠시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 원정에서의 한국 승리와 일본의 패배는 팬들에게 “우리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조롱이나 비난이 아니라, 스스로의 경기력으로 쟁취한 당당한 자부심이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 승리 후 “이제 시작일 뿐이다. 본선까지 많은 준비가 남아 있다”는 말을 남겼다. 맞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일본 역시 단순히 한 번의 패배로 무너질 팀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한국 축구가 더 이상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상징적 메시지다. 한동안 “일본은 넘사벽”이라는 말이 당연시되던 분위기 속에서, 이번 9월 평가전 2경기는 국민들에게 묵직한 위안을 줬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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