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개설 취소해달라" 인근 약사 소송제기 가능…대법서 원고적격 인정
파이낸셜뉴스
2025.09.11 11:17
수정 : 2025.09.11 11:17기사원문
원고적격 두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
대법 "조제 기회 상실된 기존 약사들 소송 제기할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약국 개설등록을 허가한 처분이 위법하다며 인근 다른 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대법원이 소송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고 각하 판결을 내렸는데,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1일 약사 A씨 등이 서울 영등포구 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 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의료시설 안에 개설된 경우 △의료시설 일부를 분할한 곳에 개설된 경우 △의료시설과 전용 통로로 연결돼 있는 경우 등은 약국 개설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을 방지하고, 의약분업제도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목적에서다.
A씨 등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는지를 두고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 등의 원고적격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약국에 대한 개설등록 처분으로 인해 약사인 A씨 등은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해당 처분의 근거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법률상의 이익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의 약국과 개설등록을 한 약국이 다른 건물에 있고, 인근에 다른 약국들이 존재하는 점 등을 들어 원고적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B의원이 발행하는 전체 처방전 중 A씨 등의 약국이 차지하는 처방전의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주된 매출이 B의원의 처방전에 대한 제조약 판매에 기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B의원 인근에 약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제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약국개설등록 처분에 있어 원고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다른 약사에 대한 신규 약국개설등록 처분으로 인해 조제 기회를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게 된 기존 약국개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의 처방약 조제 기회를 공정하게 배분받을 기존 약국개설자의 이익'은 약국개설등록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운영되던 약국이 개별 의료기관이 발행한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한 적이 있다면, 그 약국은 신규 약국개설등록 처분으로 인해 해당 의료기관이 발행한 처방전에 대한 조제 기회가 감소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기존 약국개설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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