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사고' 직원 구하러 갔다 쓰러진 '5남매 아빠',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 살려

파이낸셜뉴스       2025.09.11 14:51   수정 : 2025.09.11 15: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7월 인천에서 발생한 맨홀 사고 당시 직원을 구하려다 쓰러져 뇌사상태가 된 4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에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용호씨(48)는 지난 7월 인하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3명에게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인 이씨는 지난 7월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유해가스에 중독돼 쓰러진 직원을 구하러 갔다가 함께 쓰러져 구조됐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던 이씨는 주위에 아픈 사람들을 늘 돕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그러한 이씨의 성향을 알기에 마지막 순간도 다른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을 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또 유족은 5명의 아이들이 아빠를 기억할 때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다른 이들을 살린 자랑스러운 사람이자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대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어릴 때부터 만들기와 목공을 좋아했고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운 뒤 업체를 차려 경북 지역 상하수도 점검일을 10년 넘게 했다.

지인의 소개로 필리핀 아내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둔 이씨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집안 일도 도맡아하며 아이들과 놀아주던 자상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빠였다고 한다.


이씨의 아내 이시나씨는 "여보.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할테니 우리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할게"라고 전했다.

이씨의 누나 이정화씨도 "네가 지키려고 했던 가족들 우리가 함께 지키면서 살 테니 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잘 지켜봐 줘. 사랑해. 내 동생"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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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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