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또 가고싶다... N번째 바다산책 여행

파이낸셜뉴스       2025.09.12 04:00   수정 : 2025.09.13 08:54기사원문
동양의 나폴리 ‘통영’ 바다만큼 미식 유명
푸짐한 남해 한상 먹고 국보 세병관 관광
지리산·섬진강 낀 하동, 야생 차밭 곳곳에
티카페 하동에선 ‘다도 문화’ 체험도 가능
바닷가 마을 살아보고 싶다면 고성으로
어촌의 정취부터 전망대 풍경까지 갖춰
‘도서관 여행’ 운영하는 ‘책의 도시’ 전주
자연·예술 등 취향따라 코스 선택도 가능



'아는 맛'에 끌리듯, 여행지도 가본 곳을 또 찾는 경향이 있다.

'아는 곳'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고 그만큼 실패 가능성도 줄일 수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가 '요즘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N차 여행지' 4곳을 추천했다. 이미 한 두번 가봤지만 또 가고 싶은 경남 통영과 하동, 그리고 전북 전주와 강원 고성이다.

통영서 즐기는 황홀한 미각여행


경남 통영은 흔히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곳이다. 아름다운 바다만큼 맛있는 음식도 많아서 '미식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강구안은 미항(味港)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먹거리가 넘친다. 충무김밥과 밀면, 시락국은 저렴한 가격에 반비례하는 맛을 선사하고, 통영꿀빵과 꽈배기는 달콤한 추억이 되살아나게 한다.

강구안 바로 앞 통영중앙시장에는 오래된 맛집들이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원조 맛집으로 통하는 정화순대는 순대와 잡채, 김밥과 쫄면 등 한국인의 DNA가 흐르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시장 바로 옆에 있는 통제영꽈배기에선 찹쌀꽈배기와 도너츠, 공갈호떡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단맛이 주는 행복감에 취할 수 있다.

통영에 오면 다찌집도 꼭 들러볼 일이다. '다찌'는 일본식 선술집 '다찌노미'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다 있지!'라는 말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무엇이면 어떠랴. 남해 바다가 한상 가득 내어준 해산물을 코스로 즐기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배를 채우고 난 뒤에는 세병관과 함께 수항루, 망일루, 운주당, 경무당 등 둘러볼 곳이 많다. 특히 세병관 바로 옆에는 400살쯤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이 나무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한 장 남겨도 좋다.



깊이를 더하는 하동 차(茶)체험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경남 하동의 대표 상품은 '차(茶)'다. 하동은 예부터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始培地)로 유명하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사신으로 당나라에 갔던 김대렴이 처음 차나무를 심은 곳이 바로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 근처다.

하동에 오면 곳곳에 야생 차밭이 보여 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 중심에는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원'이 있다. 하동의 다원 대부분은 주인이 직접 차 농사를 짓고, 차를 만들며, 차와 관련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동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티카페 하동'에선 차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다도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하동티소믈리에 클래스, 차와 함께 야외에서 녹차 족욕을 즐길 수 있는 녹차족욕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또 1만여평 규모의 산을 야생 차밭으로 가꾼 '따신골 녹차정원'은 차나무는 물론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름 그대로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하동 차의 역사를 공부해볼 수 있는 '하동야생차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매년 5월이면 이곳을 무대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고, 다채로운 방식의 티 클래스와 티 토크 등을 상시 운영하고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파도가 넘실대는 고성 해변여행


강원도 고성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을 'N차 여행'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물하는 고성의 해변은 어느 하나 같지 않다. 최북단 명파해변부터 최남단 켄싱턴해변까지 20여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모두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고운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가 하면, 기암괴석이 신비한 비경을 완성하고,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화보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작은 고깃배들이 오가는 '어촌스러운' 정취부터 감각적인 카페들이 늘어선 감성 어린 풍경까지,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다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천진항과 봉포항 사이에 나란히 자리한 천진해변과 봉포해변은 아름다운 백사장과 함께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다양한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카페에서 편안하게 '바다멍'을 하고 싶을 땐 가진항 인근의 작은 해변, 속이 탁 트이는 시원한 바다를 마주하고 싶을 땐 백섬해상전망대를 찾으면 좋다.

또 바다는 보고 싶은데 할 일이 쌓여 있다면 워케이션 명소로 이름난 '맹그로브 고성'이 최적의 장소다. 오션뷰 워크 라운지와 숙소를 갖춘 이곳에선 당일치기를 하거나 하루 묵으면서 몰입과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이 있는 그곳, 전주 도서관여행


전북 전주는 '책의 도시'답게 도서관 여행 코스를 운영한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해설사와 함께 빨간 전용버스로 둘러보는 '전주 도서관 여행'은 이곳을 N차 방문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단연 첫손에 꼽히는 도서관은 연화정도서관이다. 덕진공원 연못 한가운데 전통 석교로 만들어진 연화교를 건너면 한옥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독서는 오로지 텍스트만 읽는 것이 아니라 풍경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내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아중호수도서관은 '음악 특화 도서관'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나만의 취향이 담긴 LP를 감상할 수 있다. 고요한 호수를 배경으로 한 도내 유일의 시(詩) 특화 학산숲속시집도서관, 카페·갤러리 공간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 헌책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동문헌책도서관, 국내외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가 가득한 다가여행자도서관 등도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은 하루 코스와 반일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루 코스는 완전오감·완전책틈·완전여백, 반일 코스는 책풍경·책그림·책여행·책예술 코스로 나뉜다. 자연, 그림책, 여행, 예술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빨간 버스를 타고 아무 곳에나 내려 책 속에 푹 파묻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