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4주년에 양키즈 경기장 찾은 트럼프... 일부 관중들은 야유

파이낸셜뉴스       2025.09.12 13:27   수정 : 2025.09.12 16: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11 테러 24주년을 맞아 뉴욕 양키스 경기를 관람했다. 9·11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의미 있는 행보였지만, 그를 향한 야유와 보수 인사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이 겹치면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정치 이벤트’가 됐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분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통령 공식 입장곡인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가 울려 퍼지고 트럼프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자, 경기장은 야유와 환호가 뒤섞인 소음으로 가득 찼. 9·11 추모라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조차 지지자와 반대 세력이 첨예하게 맞섰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경기장 외야에 게양된 조기(弔旗)였다. 9·11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와 함께, 최근 암살당한 청년 보수 인사 찰리 커크를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9·11 테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기장 전체가 추모 분위기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츠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올해 초 백악관 복귀 이후 슈퍼볼, UFC 등 8차례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참석하며 대중적 노출을 늘려왔다. 이번 양키스 경기 역시 9·11 추모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지지자들의 결속을 다지고 반대 세력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관람한 귀빈석 앞에는 방탄유리가 설치됐고, 모든 출입구에서는 금속 탐지기와 탐지견을 동원한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이는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의 여파로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적대적 시선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기를 위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극심한 보안 검사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US오픈 테니스 결승전에서는 보안 검색 때문에 경기 시작이 50분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행사의 본질은 흐려졌다.

9·11 테러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문구가 전광판에 선명하게 빛났지만, 그날의 '국민 통합'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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