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부과한다"던 美 반도체 관세, 늦어지는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4:52   수정 : 2025.09.14 14:51기사원문
국내 반도체 전문가 3인 인터뷰
"美 내 물가 상승만 초래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 이런 분위기 인지
"美, 관세 부과 끝까지 고민할 것"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예고 시한이 한 달 넘게 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8월에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언급했지만, 9월 중순까지 사실상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세 부과가 미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파악했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미국 내 물가만 오르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 반도체 관세 부과 고심 깊어져"

14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한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낮아 대부분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관세를 크게 높이면 결국 미국인들만 (반도체가 들어간) 물건을 비싸게 사게 된다"며 "이는 미국 내 빅테크 업계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관세를 낮게 하자니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고, 높게 하자니 미국에 부정적인 요소가 더 클 것 같고 하기 때문에 반도체 관세 부과 시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역임했던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 반도체 수급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허 교수는 "현재 미국 상·하원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백악관은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기에 반도체 고율 관세가 미국에 미칠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 노선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4·4분기 물가 상승 우려가 반도체 관세 부과 결정을 더욱 늦추는 요인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 추세로 돌아선다고 하면 금리 인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물가는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이런 상황이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시한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래도 관세 부과 이후 후폭풍 대비해야"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반도체 관세 부과 효과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한 것 같다"며 "다른 산업처럼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투자를 늘릴 거라고 생각하고 언급했는데, 막상 (부과)하려고 보니 그게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급이 말레이시아, 대만 등 해외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관세 부과 대상국은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이 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돈을 내는 기업은 미국이 된다는 뜻"이라며 "관세 부과가 미국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점은 "예측할 수 없다"면서 대응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에 비춰볼 때, (관세 발표, 연기 등) 어떤 선택이든 가능하다고 본다"며 "현재는 관세 부과 이후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후폭풍을 좀 더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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