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발표 철강대책..구조조정보다 '설비조정·저탄소 전환·수입규제 강화' 방점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3:54   수정 : 2025.09.14 15: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50% 고율 관세와 중국발 저가 공세, 건설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철강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달 철강산업 대책을 내놓는다. 다만 이번 대책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설비조정·저탄소 전환 지원·수입규제 강화’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다. 석유화학이 긴급 구조조정 성격이었다면, 철강은 이미 설비 축소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사정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중장기 체질 개선을 지원하는 연착륙형 해법이 될 전망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중 철강산업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석유화학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철강이 두 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기 지원보다 설비 효율화와 저탄소 전환을 축으로 한 ‘맞춤형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현재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에 대미 수출이 급감했고, 중국산과 일본산 저가 철강재는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내수 수요마저 위축됐다. 올 상반기 철강 3사의 평균 가동률은 70%대에 머물렀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잇따라 공장 가동을 멈췄다. 급기야 포항시는 지난달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구조조정’이라는 표현 대신 ‘설비조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은 석유화학처럼 당장 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업종이 아니고 이미 자발적으로 설비를 줄여왔다”며 “앞으로는 수입재 대응과 저탄소 전환 투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는 노후 설비 폐쇄·매각을 유도하는 한편,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탄소포집저감(CCUS) 등 저탄소 전환 기술 투자를 뒷받침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업계의 선(先) 자구노력을 전제로,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중국·일본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는 국내 시장을 흔드는 주요 변수다. 정부는 이미 중국산 후판, 일본산 열연 등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대응책도 병행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전환 특별법(K-스틸법)’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산업 지원과 규제를 총괄하고, 녹색철강기술 개발·설비 도입 비용 보조, 고용 보조금 지급, 사업 재편에 필요한 세제·재정 지원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기업 간 설비 통폐합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산업부 승인을 받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도 포함됐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K-스틸법 발의, 그 의미와 향후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철강산업에 대한 정책 강화·제도적 기반 확립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도 국내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 △보호주의 도미노 △마진스퀴즈 압박 △탄소중립부담 가속 등 4중 위기가 서로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피드백 고리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위기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단편적 지원이 아닌 강력하고 통합적인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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