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O 고도제한 개정… 강서구 "서울 현실 맞춰 적용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1:15   수정 : 2025.09.14 18:32기사원문
단일기준서 구간별 높이 세분화
김포공항 가까운 강서구 ‘직격탄’
그대로 적용 땐 79곳 이미 위반
區 "안전영향 없는 곳은 완화를"

지난 8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고도제한 기준을 70년 만에 개정함에 따라 공항 인근 지역의 개발 조건이 격변을 맞고 있다. 특히 서울 강서구의 경우 김포공항과 가까워 면적 97%가 고도제한에 묶일 처지다. 이미 개정안에서 벗어나는 건물들이 세워진 상황에서 강서구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춘 적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지난 11일 마곡안전체험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 개정에 따른 변화와 김포공항 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ICAO의 개정안에 따라 기존 단일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은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나뉜다. 세울 수 있는 건물의 높이는 반경 3.35㎞ 구간 45m, 5.35㎞ 구간 60m, 10.75㎞ 구간 90m 등으로 세분화됐다.

일부 구간(3.35~4.3㎞)은 현행보다 15m 완화되지만, 5.35~10.75㎞ 구간에는 새로 90m 제한이 도입됐다. 목동·여의도 등 고층 빌딩 밀집 지역은 사실상 개정안을 벗어난 지역이 되는 셈이다.

진 구청장은 "ICAO 기준은 의무 규제가 아니라 검토 기준이며, 각국은 항공기 운항과 도시 실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서문에도 "사용하지 않는 표면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개발을 위해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시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개정 전) 국제기준의 외부수평표면(15㎞ 이내, 높이 150m까지 허용) 제한은 국내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양천구의 목동 하이페리온과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이 가능했던 것 역시 기준을 국내 상황에 맞춰 적용한 결과다.

개정된 고도제한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경우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의 높이는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진 구청장은 "통상 1층 당 3m 정도의 높이를 기준으로 잡을 경우 45m면 15층 가량을 지을 수 있는 셈"이라며, "80m로 제한이 올라갈 경우 25, 26층 수준의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서구가 개정안 마련이 시작된 지난 2023년부터 착수한 연구용역에서도 전문가들은 '기준 배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진 구청장은 "10.75㎞에 90m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약 79개 정도의 건물이 이미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라며, "강서구 방면으로는 민간 항공기의 선회접근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수평표면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서구는 완화가 이뤄질 경우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있는 48곳의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국토부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강서구의 용역 결과와 방안이 어느 정도 선에서 받아들여질지 다양한 경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구청장은 "현재보다 고도제한이 불리해지는 지역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히 건물 높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발전과 주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제"라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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