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에 넘기느니 차라리 문 닫는게 이득"
파이낸셜뉴스
2025.09.14 18:26
수정 : 2025.09.14 18:25기사원문
장기 연체채권 매입 개시 임박
부실채권업계 볼멘소리 확산
매각할 채권 선별 비용 비현실적
평균 매입가율 5%, 손실이 더 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PL업체들은 장기 연체채권 배드뱅크가 매입 대상으로 설정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채권을 따로 떼 매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NPL업체들이 신규 NPL을 사오려면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신용대출이 아니라면 기존에 들고 있던 NPL을 여러 개 묶어 질권(빚을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특정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권리)을 설정한 다음 이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린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수백개 또는 수천개, 많게는 1만개 이상의 채권을 묶어 대출을 받았는데 그 중에서 몇 개를 선별하자고 전체를 깰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한다고 해도 평균 매입가율이 5% 남짓이라면 대폭 손해를 보는 것인 만큼 폐업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초 매입 취급시점 대부채권매입추심업자 및 대부중개업자들의 채권 매입가율은 29.9%다. 단순 계산시 배드뱅크가 가동되면 29만9000원에 사온 액면가 100만원짜리 채권을 5만원에 넘겨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대부업법상 자진 폐업했을 땐 3년 동안 신규설립을 할 수 없다. NPL업체들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연체채권 매각으로 인한 손실을 그 이상으로 판단하는 셈이다.
만일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NPL업체들의 줄폐업이 현실화된다면 은행권의 타격도 예상된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을 관리할 때 통상 NPL업체들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는데 대상 '풀' 자체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NPL업체들에 돈을 빌려줬던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이 이들 업체의 폐업으로 자금 회수가 안 되는데 따른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NPL업체들이 도산하면 금융기관들이 자본지표들을 수월하게 조정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역시 회수를 못하게 되면서 손해를 입게 된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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