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쪼개면 금융소비자보호?···정부에 충실한 시녀 2명 될 뿐”

파이낸셜뉴스       2025.09.17 14:59   수정 : 2025.09.17 13:59기사원문
국민의힘 주최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
“건전성 감독-영업행위 규제는 밀접 연결..보완 관계”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 조직개편 당사자인 금융감독원 소속 직원이 국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금감원에서 영업행위 규제 기능을 떼 내 전담 기관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실질적인 금융소비자보호가 이뤄지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전성 감독-영업행위 규제 분리?

오창화 금감원 금융투자검사2국 팀장(전 노조위원장)은 17일 국회 본관에서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 : 개편인가 개악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금융상품 광고·판매 등) 규제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상호 보완 관계”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양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는 뜻으로, 오 팀장은 앞서 2016년 금감원에서 시도한 건전성-영업행위 감독 분리 운영 실패 사례를 들었다. 당시 권역별로 소비자보호부서를 신설 배치했으나 업무분장 갈등, 중복 검사 등 문제 발생에 따라 2년 만에 원상복구 됐다.

오 팀장은 “직원들끼리 싸우며 서류를 서로 받지 않아 복도에 쌓여있었다”며 “쌍봉형을 도입했던 영국, 호주, 네덜란드 모두 실패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상장사 등에 대한 공시 및 회계감시, 불공정거래 조사, 자금세탁방지, 가상자산 거래, 개인정보보호 등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규제 사이 사각지대에 놓이는 업무들이 생길 수 있다”며 “외부 이용자들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가 일어나는 원인은 정책이라는 이름의 ‘규제 완화’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해결 방법 역시 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 팀장은 “금감원을 쪼개 소지자보호에 집중하는 금소원을 만든다고 정책을 이길 순 없다”며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의 충실한 시녀가 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정부 개편방안처럼 금융위원회가 재정경제부로 편입되고 금감위가 금감원·금소원의 상급 부처로 구조화될 경우 감독기관은 결국 2개 주체로부터 통제를 받아야 한다. 공공기관 지정 시 그 강도는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 감독은 결정된 정책의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애초에 규제가 느슨하게 설정돼있다면 감독권으로 금융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오 팀장 발언 취지다.

실제 오 팀장은 사모펀드 사태를 예시로 들며 정부에서 △필요자기자본 10억원으로 완화 △대주주 결정 요건 완화 △종목별 편입·차입한도, 기준가격 공시 의무 등 완화 △적격투자자 최소 투자금액 5억원→ 1억원 조정 등으로 이미 부적격 금융사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그 요건을 벗어나 감독할 수 없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옵티머스·라임 사태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이래서 혁신금융 가능할까요?”

학계에서도 이번 금융당국 조직개편 관련 우려가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명의 시어머니가 생기는데 혁신금융, 해외진출 등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조직개편을 위해선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 39개 하위 법률 및 시행령의 변화도 있어야 해 아직 바람직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문제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매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감사원 감사는 회계가 아닌 행위 감사가 주가 되기 때문에 금감원은 적극적 감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재경부가 국내 금융산업 정책을 흡수하는 개편은 (기획예산처 분리로) 예산 권한 박탈에 따른 보상 성격이 짙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 관료 조직 간 이해 충돌이 확대되고, 공공기관으로 전환되는 금감원 내부 반발 역시 제도적 통합을 어렵게 만들어 금융감독 독립성은 약화될 것”고 짚었다.

금감원 검사 대상 금융사 측에서도 ‘쌍봉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창욱 NH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감독기관이 2개가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중복검사”라며 “각종 보고를 어느 쪽에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분담금 증액도 문제로 삼았다.
그는 “법인을 분리하면 인력·설비 중복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운영비는 오롯이 금융사 몫”이라며 분담금이 5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분담금은 3300억원 수준이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증권사는 그 증가분만큼 다른 경비를 감액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텐데 가장 먼저 영업점과 직원을 줄일 것”이라며 “정보기술(IT)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취약 투자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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