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대책, 과학기술이 해법

파이낸셜뉴스       2025.09.17 19:00   수정 : 2025.09.18 08:29기사원문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올여름, 너무 더웠고 무척 길었다. 전국 최고기온은 40도를 웃돌았고, 평균기온도 30도를 넘었다. 서울은 7월 한달 동안 23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며 기상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낮에는 숨 막히는 폭염, 밤에는 잠 못 이루는 열대야. 시민들은 이 찜통 같은 여름을 고통스럽게 버텨야 했다. 더 암울한 것은 내년, 내후년은 더 뜨거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인체는 체온이 오르면 땀을 흘리고 혈관을 넓혀 열을 방출하지만, 극심한 고온 앞에서는 이 조절 메커니즘이 무너진다. 혈압이 떨어지고 뇌·심장·신장 같은 주요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한 연구는 반복적인 폭염 노출이 흡연이나 음주만큼 신체 노화를 앞당긴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올여름에만 4000여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았고,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특히 냉방기기 사용이 어려운 저소득층은 폭염에 더 취약해 온열질환 발생률이 일반 국민보다 두배나 높게 나타났다. 폭염은 불편을 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폭염의 위험성은 오랫동안 과소평가되어 왔다. 태풍이나 홍수처럼 눈에 보이는 파괴 흔적이 적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2023 재해 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자연재난으로 사망한 414명 가운데 241명, 즉 58.2%가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호우(31.6%)나 태풍(9.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기후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폭염을 '은밀한 살인자'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폭염을 막는 길은 결국 과학과 정책이다. 일본은 인공지능으로 열사병 위험지수를 산출하고, 미국은 슈퍼컴퓨터와 위성 자료로 조기경보 체계를 운영한다. 한국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AI 예측 모델을 도입해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찾아 돌봄 서비스와 연결하고 있다. 도심 기온을 낮추는 고반사 소재, 별도의 전기 없이 표면 온도를 떨어뜨리는 차세대 냉각 기술, 녹지·수변 공간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하는 스마트 그린 인프라까지 다양한 해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근본적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예측·대응·완화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폭염에 맞서는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다.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새로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과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폭염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현재진행형 재난이다. 폭염은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미래 세대의 안전까지 흔든다. 따라서 폭염 대응은 단순한 기후 정책을 넘어 고도의 첨단 기술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과학적 접근이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 구축이며, 동시에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책임 있는 약속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약력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 생화학 박사 △덕성여대 약대 교수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 △덕성여대 부총장 △지속가능발전국가위원회 사회전문위원장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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