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방지 예산 꿀꺽… 필리핀서도 反정부 시위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8:04
수정 : 2025.09.21 18: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리로 나서면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홍수 방지 사업에 3년간 약 1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정부 예산을 투입했으나, 부패와 횡령 등으로 예산이 증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은 바 있다.
21일 필리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시위 주최 측은 마닐라 주요 간선도로 인근 집회에 3만여명, 도심 곳곳에 2만여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진행했다.
필리핀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이달 들어 독립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은행 계좌 수백 개를 동결했으며, 의혹에 휩싸인 사촌이자 하원의장이 전격 사퇴했다. 다만,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평화적 시위는 존중하지만 폭력 사태에는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시위일인 21일은 공교롭게도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의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 53년 되는 날이다. 또, 주요 시위 장소인 마닐라 주요 도로 중 하나인 EDSA는 독재정권을 타도한 '피플파워'의 주요 시위지 중 하나였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홍수 방지를 위해 약 5500억필리핀페소(약 13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사업 점검 과정에서 대규모 부패·횡령 등 사실이 확인됐다. 필리핀 재무부는 이번 부패 스캔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최소 423억페소(약 1조300억원)에서 최대 1185억 페소(약 2조88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상원 조사에서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인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을 포함한 하원의원 최소 17명에게 돈을 줬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필리핀 민심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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