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북핵 당분간 동결도 수용 가능"…트럼프·김정은 협상 촉구
파이낸셜뉴스
2025.09.22 06:59
수정 : 2025.09.22 06:59기사원문
BBC 인터뷰..."매년 15~20기 추가 생산 중단이 현실적 대안"
대북 확성기 중단 등 신뢰 회복 제스처…북한은 "망상" 비난
북중러 밀착에 "한미 공조 강화, 균형 외교 병행"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당분간 동결하는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부분적 비핵화’ 접근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매년 15~20기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는 상황에서 동결은 긴급 임시조치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22년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선포하고 핵 포기를 거부해왔으며 이후 모든 협상 제의를 거절해왔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일정한 '상호 신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두 정상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한반도와 국제사회 평화·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계엄령 시도를 계기로 탄핵되며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대북 압박의 수단을 없앴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데다 불필요한 자극을 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여전히 이 대통령을 "망상가"라고 비난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외교무대에서 그는 실리적 접근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추가 제재를 거부해 기능이 마비된 데 대해 "안보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개혁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한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선 장면은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북중러의 밀착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국·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세계가 두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으며 한국은 국경선에 서 있다"면서 "적대적 대립을 피하면서도 균형을 잡는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규탄받아야 하며 전쟁은 즉시 끝나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국가 간 관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과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외교적 유연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복잡한 현실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15%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지만, 불과 2주 전에는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던 한국인 노동자 수백명이 이민 당국에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일주일 만에 석방을 이끌어냈지만 그는 "충격적 사건이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주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관계를 더 단단히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는 전임 정부의 정치적 혼란 여파로 양극화된 국론 수습에 나서고 있다. 계엄령 시도로 종신형 위기에 처한 윤 전 대통령은 북한 세력이 한국 사회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내세워 남북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 대통령은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남북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작은 제스처부터 쌓아가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현실적 선택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핵 동결 협상'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단기간에 없앨 수는 없다"며 "지금은 단계적·실질적 성과를 축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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