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업계, 트럼프 비자 수수료 인상에 대혼란...20조원 들어

파이낸셜뉴스       2025.09.22 13:42   수정 : 2025.09.22 13:42기사원문
H1-B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해외 전문 인력 고용 어려워져
기업들의 내년 부담 금액만 약 20조원으로 추정
ESTA 발급 수수료도 2배 가까이 인상
IT 업계 및 인도 전문직 근로자들의 피해 가장 클 듯
직원들에게 일단 출국 말고 속히 미국에 들어오라고 촉구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들의 미국 취업에 빗장을 걸면서 관련 업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들은 약 20조원에 달하는 비자 비용을 고민하는 동시에 기존 외국인 직원들에게 당분간 출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외국인 전문 인력 고용에 20조원 들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 통계를 인용해 이달부터 달라진 'H-1B' 비자 비용을 계산했다.

매체는 지난해 미국에서 발급된 신규 H-1B 비자가 14만1000건이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고용주들이 내년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외국 전문 인력을 고용하려면 연간 140억달러(약 19조5118억원)를 써야 한다.

미국의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되어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해외 노동자를 배척하고 미국인 고용 확대를 주장하는 트럼프는 지난 19일 대통령 포고문을 통해 현재 1000달러(약 139만원)인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21일 0시부터 10만달러(약 1억3937만원)로 100배 올린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9일 발표 당시 10만달러의 수수료가 "연간"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20일 현지 매체를 통해 이번 수수료 인상이 갱신이 아닌 오직 신규 신청에만 적용되며 인상된 금액도 1번만 낸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21일 전자여행허가(ESTA) 수수료를 21달러에서 40달러(약 5만5656원)로 올리기로 했다. ESTA는 관광과 상용 목적의 90일 이내 무비자 미국 여행에 적용된다. 한국에는 2008년 도입됐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이날 공지에서 오는 30일부터 ESTA 신청에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고 알렸다.

H-1B 비자는 회계법인, 의료기업을 포함한 전문 산업에서 외국인 고숙련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며 특히 IT 업계에서 많이 쓴다. 2023년의 경우 H-1B 비자를 받은 인원 중 약 3분의 2는 IT 업계 종사자였다.

미국의 주요 IT 대기업들은 트럼프 정부의 새 정책으로 이미 고용한 외국인 직원들을 잃을까 걱정이다. USCIS에 의하면 지난해 승인된 H-1B 비자는 총 40만건으로 신규보다는 갱신 비율이 훨씬 많았다. 21일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은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새로운 비자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출국 계획은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MS는 H-1B 비자 소지자들에게 당분간 "미국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백악관 설명에 따라 "현재 중요한 개인 사유로 해외에 있는 동료들의 귀국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인재 유치 걸림돌...'제 2의 머스크' 어려워
USC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2025 회계연도에 들어서 올해 6월 30일까지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할당받은 기업은 '아마존닷컴'으로 1만44명에 달한다. 아마존의 올해 H-1B 비자 할당은 아마존 계열사 중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아마존개발센터US까지 합치면1만4000명을 넘는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IT 서비스·컨설팅 기업 타타컨설턴시(5505명)가 두 번째로 많고, MS(5198명)와 메타(5123명분), 애플(4202명), 구글(4181명)이 뒤를 이었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20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최초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들어와 H-1B 비자로 경력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공동 창립자인 마이크 크리에거 역시 H-1B 비자로 미국에 처음 입국했다고 알려졌다.

테크크런치는 트럼프 정부의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가 외국 인재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특히 H-1B 비자의 약 70%가 인도 국적자에게 발급되는 만큼 인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내다봤다.


IT 대기업들은 일단 비자 발급을 주관하는 국무부의 정식 공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다. 영국 법무법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 크레이머의 매튜 던 파트너는 FT에 "정부는 H-1B 관련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10만달러는 그들의 규제 권한을 완전히 벗어난 조치이며, 법원이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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