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시행사 ‘자기 돈’ 넣어라...분양위험 뚝 내려간다

파이낸셜뉴스       2025.09.22 15:01   수정 : 2025.09.22 15: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시행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늘리면 ‘분양 리스크’가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많으면 부동산 개발 사업이 부실에 빠지더라도 부채가 적어 PF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최소 분양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영세 시행사가 많은 만큼 당장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선 금융사의 부동산PF 대출 총량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현재는 시행사가 총사업비에서 평균 3%만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시공사(건설사)의 보증에 의존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한다. 공사비 급등, 부동산 침체 등으로 분양이 되지 않을 경우 시행사→건설사→금융사로 리스크가 퍼진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부동산PF자본확충의 효과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이 현행 3% 수준에서 정부 중장기 목표치인 20%까지 증가할 경우 아파트 등 주거용 사업장의 ‘엑시트(Exit) 분양률’은 13%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자기자본비율 상향이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을 구체적 수치로 입증한 첫 사례다.

엑시트 분양률은 PF 대출 상환을 위해 필요한 최소 분양률을 뜻한다. 이 지표가 낮아진다는 것은 아파트 분양이 기존보다 덜 팔려도 시행사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로, 사업 안정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엑시트 분양률이 평균 60% 수준임을 고려하면 자기자본 비율이 20%까지 올라갈 경우 아파트 엑시트 분양률이 절반에 미치지 못해도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PF사업의 총사업비도 줄어든다. 자본비율이 20%로 높아질 경우 전체 PF 사업장의 평균 총사업비는 3108억원에서 2883억원으로 약 7.2% 감소했다. 주거용 사업장의 경우 3151억원에서 2801억원으로 11.1% 줄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컸다.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의 보증을 받을 필요가 줄어 공사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출 규모가 작아지면서 이자 등 금융비용 등이 함께 줄어서다.

KDI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나가는 정부 정책에는 동의했지만 금융기관별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PF 대출 총액한도 규제는 정부 방향과 달랐다. 정부는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KDI는 저자본 사업장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칫 대출 규제로 인해 부동산 개발 사업 등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괄적인 대출 규제로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자금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PF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대책을 마련했다.
△금융기관별 PF대출의 총액한도를 제한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PF대출의 충당금 적립의무 강화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용적률 등 각종 부담 완화 △토지 출자 시 양도세 부담을 수익 실현 시점으로 이연 등이다.

황순주 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예정대로 총액 한도 대출 규제를 도입한다면 전체 PF 대출에 대해서 한도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본 사업장만 한도를 적용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며 “(자기자본 비율을) 9~10% 정도 기준으로 저자본, 고자본을 나누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총액 한도 규제를 PF 대출에 대해서 적용을 하는데 자기자본비율의 반대인 부채 비율, 즉 LTV 대출에 대해서만 총액 한도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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