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부터 코인사기까지…210억 가로챈 태국 사기 조직 검거

국제공조로 중국인 총책 포함 34명 검거 로맨스스캠·코인사기·기관사칭 범죄 조직원 여권 뺏고 폭행까지

[파이낸셜뉴스]태국 파타야를 본거지로 삼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온 피싱조직이 한국-태국의 국제 공조로 일망타진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2일 태국 파타야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대규모 피싱 범죄를 벌여온 국제 사기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 25명을 검거하고, 이 중 2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의 총책 A씨(31) 등 9명은 태국에서 현지 경찰과의 국제 공조로 추가 검거됐으며,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간 SNS를 이용한 로맨스 스캠, 가상화폐 투자 사기, 군부대 사칭 노쇼 사기, 기관 사칭 사기 등을 통해 국내 피해자 878명으로부터 총 210억여 원을 편취했다.

조직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본부장, 팀장, 하부 조직원으로 체계화됐으며, 팀별로 사기 유형에 따라 업무를 분담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맨스 스캠팀은 SNS를 통해 접근한 피해자에게 친밀감을 쌓은 뒤 가짜 사이트에 입금을 유도했다. 코인사기팀은 위장된 보상 명목으로 가짜 코인 구매를 강요했다. 노쇼 사기와 기관 사칭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실제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투자하고 있다고 믿을 만큼 정교하게 조작된 웹사이트와 문서에 속았으며, 범행 과정 전반에 걸쳐 대포폰과 대포통장이 사용됐다. 경찰은 "단일 수법이 아닌 여러 사기 기법이 동시에 활용된 복합형 조직"이라며 "전통적 범죄조직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조직은 엄격한 감시와 보상으로 조직원을 통제했다, 여권 수거, 외출·전화 제한, 조직 내부 규율 강화 등으로 사소한 일상 부분도 간섭했으며, 일부 조직원에겐 폭행도 가해졌다. 동시에 워크숍이나 포상 등으로 내부 결속을 유지하는 이중 전략도 병행했다.

이번 수사는 조직원 중 한 명의 가족이 아들이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외교 당국에 신고하며 시작됐다. 이후 태국 경찰이 리조트를 급습해 다수의 조직원을 검거했고, 한국 경찰은 현지 출장과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총책의 위치를 특정했다.

경찰은 해당 조직이 과거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던 사기조직과도 연계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범죄에 사용된 개인정보 DB의 출처, 자금 흐름 등도 추적 중이다.

임정완 금융범죄수사대 계장은 "이번 사건은 국제 공조를 통해 총책부터 하부 조직까지 실질적으로 와해시킨 모범 사례"라며 "향후 유사 조직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mail] 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