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꿈꾸는 인도, 새로 짓는 공장만 25조원 달해

파이낸셜뉴스       2025.09.23 14:36   수정 : 2025.09.23 14:36기사원문
현재 인도에서 진행중인 반도체 사업만 10개, 25조원 규모
올해 처음으로 인도산 반도체 생산. 올해 안에 상업용 반도체 생산 목표
아직 정부 의존 심하고 관련 인력이나 자본 부족해
제조보다는 반도체 설계 부분에 집중할 수도



[파이낸셜뉴스] 중국을 이을 차세대 제조업 국가를 꿈꾸는 인도가 반도체 생산에 뛰어든 가운데 진행중인 반도체 시설 공사만 25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의 자본과 인력을 생각했을 때 지금 같은 기세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달 기준으로 인도 내 6개 주에서 10개의 반도체 시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1조6000억루피(약 25조216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진행 중인 사업에는 실리콘에 반도체를 새기는 노광 등의 전(前)공정 공장과 후(後)공정(조립·시험·패키징)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사업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구자라트주)에 건설중인 인도 타타전자의 전공정 시설이다. 해당 시설은 타타전자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와 손잡고 건설 중이며 9100억루피(약 14조3325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는 영국 반도체 기업 '클라스SiC'와 인도 기업 'SiC셈'이 합동으로 인도 최초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14년 첫 집권 이후 약 11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디는 임기 동안 인도 제조업 부흥으로 중국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단순 제조업뿐만 아니라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제조에 관심이 많았고, 2020년 코로나19의 창궐 및 반도체 공급망 혼란을 겪으면서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모디는 2021년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국산화를 전담하는 정부기관 '인도반도체미션(ISM)'을 설립하기도 했다. 인도 기업들은 이달 처음으로 국산 반도체 '비크람 32비트 프로세서'를 생산했으며 모디는 지난 2일 뉴델리에서 열린 '세미콘 인디아 2025' 컨퍼런스에 참석해 처음으로 국산 반도체를 만져봤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인도에서 만든 반도체가 세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업용 반도체 생산이 올해 안에 시작될 것"이라며 "이는 인도가 반도체 부문에서 얼마나 빨리 나아가고 있는지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CNBC는 인도의 모디 정부가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고 있지만 걸림돌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인도의 반도체 사업들은 정부 보조가 50%에 달할 만큼 자본 면에서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스테판 에젤 부회장은 "모디 정부는 반도체 제조사들을 인도에 유치하기 위해 넉넉한 지원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정부 지원을 바라보고 유입된 투자는 오래 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에는 전공정이나 후공정 시설보다 극적이고 깊이 있으면서 장기적인 반도체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NBC는 인도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국산 반도체를 구입할 전자제품 제조업이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합물 수급도 중요하다. 에젤은 이외에도 세제, 고급 인력 수급, 무역 정책, 임금, 법률 등 "500개는 되는 별개의 요소"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CNBC는 인도가 당장 제조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설계 부분을 육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은 이달 발표에서 영국의 유명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인도 벵갈루루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인도 법무법인 JSA의 사자이 싱 파트너는 "인도는 디지털 콘텐츠나 소프트웨어같은 새로운 지식재산을 다루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업계에서 인도가 따라잡아야 할 "미국, 유럽, 대만 같은 곳은 인도보다 지식재산 관련 법률이 강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를 위한 생태계도 더욱 잘 갖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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