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꽃축제 앞두고 암표 '또 기승'…티켓·호텔 가격 '고공 행진'
파이낸셜뉴스
2025.09.25 14:32
수정 : 2025.09.25 14:32기사원문
무료·기업 전용 티켓만 풀렸지만 표 수십만원에 거래
대형 행사 때마다 암표·바가지 요금 기승…고질 문제
"거래 질서 정화 위해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암표 거래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추첨을 통해 무료로 배포된 티켓이 수십만원에, 불꽃을 감상할 수 있는 호텔 패키지 상품은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웃돈 거래가 대형 행사 때마다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세계불꽃축제 티켓이 수십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주최 측인 한화그룹은 올해 좌석을 일반 판매하지 않고, 일부 좌석을 이벤트 당첨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기업 대상 판매로만 한정했다. 기업이 구매한 티켓은 다시 고객 마케팅 용도로 활용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고거래 시장에 나오며 암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불꽃축제 티켓뿐 아니라 호텔과 식사 패키지 상품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한 호텔이 불꽃축제에 맞춰 내놓은 패키지 상품은 1인 기준 70만원이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25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꽃축제를 잘 볼 수 있는 카페 유료 이용권 역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아예 돈을 받고 자리를 미리 맡아주겠다거나 자신이 사용하는 주차장을 몇 만원에 빌려주겠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정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암표 거래는 대형 행사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티켓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해 웃돈을 주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등 대형 행사에서 암표 거래와 바가지 요금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예컨대 최근 싸이 흠뻑쇼 티켓은 정가 18만500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뛰었고, 가수 데이식스 콘서트 티켓 역시 15만4000원짜리가 최대 55만원에 거래됐다.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 인근 숙박 요금은 2~3배 급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차익을 노리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한탕주의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거래를 규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 공연법이 개정돼 암표 판매 처벌이 강화됐으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상습적·영업적으로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또 개인 간의 거래가 대부분인 데다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단속에는 한계가 따른다. 경범죄처벌법에도 암표 처벌 규정이 있지만 현장 거래에만 적용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매크로를 이용한 기업형 암표상을 처벌하는 게 목적이기에 개인 간의 거래까지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처벌 수위가 매우 약한 데다가 개인 간 모든 거래를 일일이 처벌하는 것은 자본주의·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단속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공급자와 소비자를 쉽게 연결하다 보니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데, 이익을 노리고 거래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 사회적 불편을 야기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스포츠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암표가 횡행하고 있는 만큼 거래 질서를 정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도 규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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