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에요?”...1410원 뚫은 파죽지세 환율

파이낸셜뉴스       2025.09.28 13:49   수정 : 2025.09.28 12:30기사원문
美 2분기 성장률 2년래 최고·실업수당 청구 예상치 하회 경제지표 호조에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강달러 지지" 트럼프 압박...3500억달러 대미 투자 불확실성 더 확대 원화 약세 우위..."외환시장 24시간 개방, 변동성 줄일것"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한 뒤 곧바로 1410원도 돌파하면서 외환시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가운데,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불안심리가 확대되며 원화가치가 떨어진 결과다. 이에 한미 협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달러에 넉 달 만에 1410원 돌파한 원·달러 환율




2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 14일에 1420.2원에 마감한 뒤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8.4원 오른 1409원에 개장한 뒤, 오름폭을 키워 장중 1414원까지 올라 지난 5월 14일(장중 고가 1422.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환율은 지난 24일(1403.8원)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고 다음날 주간 거래(1400.6원)에서도 1400원을 넘어선 뒤, 2거래일 연속 장중 1410원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호조를 나타내자 미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하며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결과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계절 조정 기준)는 전기 대비 연율로 3.8% 증가하며 전분기(-0.6%) 대비 큰 폭으로 반등했다. 지난 2023년 3·4분기(4.7%)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의 주간 고용지표도 강달러 지지 요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1만8000건으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23만5000건)를 밑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입장에서는 이같이 경제가 호조를 나타낼 경우 인플레이션을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97선에서 거래되다가 98선까지 올라섰다.

강달러뿐 아니라 원화 약세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 들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0.43% 올랐는데 원화는 달러 대비 1.58%나 절하됐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내국인 미국 투자자들이 늘며 수급 구조가 달라진 영향이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불확실성에 원화 가치 ‘뚝’
특히 최근에는 잡음이 계속되는 한미 관세 협상이 원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500억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발언하며 원화 가치 약세 우려가 더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요구한 3500억달러 전액 현금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평가하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환율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 불확실성 및 9월 수출 둔화 전망 등 원·달러 환율 상방 요인이 산재한다"며 "내국인의 해외주식 순매수세 이어지는 점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방경직성 높이는 요인으로 자리한다"고 설명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미투자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대미투자가 단기간에 집행될 경우 외화 유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며 적정환율 수준을 100원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의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 뒤 귀국길에서 "일본처럼 일시에 (투자)한다면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베선트 장관은 우리 외환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외환시장 24시간 연장 조치도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공백을 해소해 원화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 외환보유액이 높아지고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도 확대되면서 대외 부문 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상태기 때문에, 거래 시간 연장으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의 원화 접근성이 높아지고 외환 수급 측면에서 달러가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을 더 완화하는 차원이 작용될 수 있다”라며 “거래량 자체가 확대돼 유동성이 늘어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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