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상법 3차 개정, 경영권 위협 아무일도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2025.09.28 18:46
수정 : 2025.09.28 20:28기사원문
자사주 소각 밀어붙이는 여당
방어권 입법 후 차근히 풀어야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 내 개정안 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기업이 성장 주역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이렇듯 실제 행보는 딴판이다. 막무가내 입법 강행의 후유증을 미리 챙기지 않으면 기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제도 취지와 달리 증시 역시 탈이 날 수 있다. 시간을 갖고 기업 토대부터 갖춘 뒤 시행하는 게 맞는 일이다.
3차 개정의 핵심은 기업의 자사주 의무소각 조항이다. 법 시행 후 신규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고 기존 자사주는 1년 정도 유예기간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예기간 설정은 한꺼번에 소각이 많으면 기업 자본금이 확 줄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한 조치다.
앞서 1차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명문화됐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도 강화됐다. 2차 개정에선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했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은 2명 이상으로 확대됐다. 무분별한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경영권 위협에 상시 시달릴 수 있다는 경영계 호소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제는 기업 우려를 덜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부터 입법화하는 게 맞는 순서다.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자사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SK와 삼성이 과거 소버린과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자사주 덕분이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자사주 의무소각이 시행되면 국내 상장사들이 소각해야 하는 자사주 규모가 72조원에 이른다. 급할 때 비상금 역할을 했던 자사주가 강제 소각 처리되면 유동성 위기 시 손쓸 방법도 없다. 재무구조 개선, 사업 재편, 인수합병 등 기업 중대 결정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가부양 효과도 오래 못가는 것은 물론이다. 서둘러 증시 성과를 내는 것보다 기업 펀더멘털을 지원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증시 밸류업 작업에도 끈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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