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후 온라인엔 "中스파이 유입" 음모…나경원도 "中 무비자 막아라"

파이낸셜뉴스       2025.09.29 05:00   수정 : 2025.09.29 08:21기사원문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두고 '안보 위협' 주장



[파이낸셜뉴스] 지난 26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먹통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엔 중국 스파이가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자국민 신원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온라인 "中 신분 위조한 스파이 유입"


국정자원의 화재가 발생한 직후 온라인엔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안보 위협의 우려에 불을 붙인 건 29일부터 시행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정책이다.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제주도는 이전과 동일하게 개별·단체 관광객 모두 30일 무비자 방침이 유지된다.

이 정책은 정부가 방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련했다. 중국 관광객 100만명 정도가 한국을 더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온라인엔 70여 개의 핵심 정부 시스템을 마비시킨 화재가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정책과 맞물려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근거가 내세운 건 K-ETA(전자여행허가)다. 정부 시스템이 되지 않아 입국 심사를 수기 처리할 경우 관광객으로 위장한 중국의 스파이 등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온라인에 올라온 주장이다.

특히 K-ETA 신청 단계에서 행정안전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신청자의 범죄 기록이나 테러 연계 여부를 검증하는데 시스템 마비로 해당 데이터가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왔다.

K-ETA는 취업활동을 제외하고 한국에 90일 이하 단기 체류를 목적으로 무비자 입국할 경우 사전에 받아야 할 전자 시스템이다. K-ETA가 없을 경우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중국인은 K-ETA 대상 국가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자가 없으면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 이번 화재로 K-ETA가 먹통이 되면서 중국인 스파이가 들어올 거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이번 무비자 입국 정책과 맞물려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여권 스캔이나 지문 채취 등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위조 여권이나 가짜 여행사 그룹이 통과될 위험이 크고 이 과정에서 관광객으로 위장한 스파이가 신분을 위조한 형태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항만이나 공항 등을 해킹하거나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시도할 수 있고 단기 체류 기간이 지난 뒤 불법으로 체류해 산업스파이 활동이나 반정부 선동을 펼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 화재 자체가 계획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소방 당국이 ‘정기 전기 설비 점검 중 UPS 배터리 과열’ 때문이라고 화재 원인을 밝혔음에도 의도적 방화나 내부 침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음모론에 힘 보탠 나경원


온라인에서 떠돌던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나 의원은 "현재 자국민 신원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이 대거 유입되면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나 의원은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번 화재로 보안·행정 전산망이 심각하게 훼손, 국가 행정망을 통해 자국민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앞으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입국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전산 복구, 개인정보 보호, 신원 확인, 보안 대책 등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나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거대 망상에 빠진 극우 인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의원은 "중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우리 국민이든 범죄를 일으킨 자들에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나 의원이 특정 국민을 불안 요소로 지적하는 것을 보며 그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를 기반으로 한 극우의 전형이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온라인에서는 약자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일상처럼 번져가고 있다. 국힘은 그들의 숙주가 돼 다수의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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