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사인 바꿨더니…안전사고 사라진 공장”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5:08   수정 : 2025.09.29 15:13기사원문
구미 K&E·시화 아폴로산업, 디자인으로 안전문화 혁신
동선 분리, 대피 훈련, 소화기 재배치로 현장 체질 개선
산단공 “사고 예방 넘어 기업 이미지·근로자 만족도 높였다”

[파이낸셜뉴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K&E는 근로자 29명이 일하는 작은 프레스 가공업체다. 자동차·휴대폰용 초소형 금속부품을 생산하며 뿌리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협소한 작업공간과 프레스 특유의 위험성 탓에 안전사고 우려가 늘 따라붙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청년층 기피까지 겹치면서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졌다.

전환점은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이었다. 현장 진단과 디자인을 결합하자 위험이 줄고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었다.

29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양 기관은 지난 2021년 시작한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을 통해 매년 8개 기업을 선정, 색채와 사인 디자인, 피난 안내도 등을 적용해 사고 예방과 근로자 중심 문화 확산을 추진해 왔다. 만족도는 평균 95점에 달했다.

K&E는 2023년 사업 참여 후 현장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지게차 동선과 보행 구역을 색상으로 구분해 충돌 위험을 줄였고 신규 직원의 적응 속도도 빨라졌다. 안전 교육은 형식에서 벗어나 의견 제시와 참여 중심으로 바뀌며 실천이 확산됐다. 특히 공장 입구에 설치한 안전수칙 벽면과 피난 안내도는 매일 출근길에 경각심을 새기고, 비상시 대피 경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K&E 관계자는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니라 기업 안전문화에 대한 종합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 시화국가산업단지의 아폴로산업도 변화의 수혜자다. 근로자 178명이 일하는 이 기업은 미스트·디스패치 펌프 등 친환경 스마트 패키징을 생산한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장을 운영하던 중 아리셀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로 안전 경각심이 커졌고, 2024년 사업에 참여해 공간 설계와 프로세스를 재검토했다.

성과는 뚜렷했다. 위험 구역에 색채·사인 디자인을 적용해 작업 동선을 정리했고, 전 직원이 참여한 비상대피 훈련도 혼란 없이 진행됐다. 아폴로산업 관계자는 “규정 중심이 아니라 근로자 중심으로 안전문화를 바꾸는 계기였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환경에서도 언어 장벽 없이 직관적으로 안전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은 단순히 미관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기업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단공은 올해부터 사업설명회에 사례 강의를 신설하고, ‘산업안전 유형 진단 플랫폼(SafeTI)’과 ‘안전디자인 사인시스템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며 안전 인식 확산에 나섰다.

산단공 관계자는 “디자인을 안전 인프라에 접목한 이번 사업은 사고 예방 효과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근로자 만족도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안전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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