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산적 금융에 80兆 투입"… 국민성장펀드 앞장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1:00   수정 : 2025.09.29 18:28기사원문
정부 '국민성장펀드' 추진 화답
5년간 10조… 민간 첫 참여 사례
임종룡 "기업금융 비중 60%로"
밸류업·주주환원 차질없게 진행

우리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에 73조원, 포용금융 확대에 7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총 80조원의 자금을 활용해 경제 회복을 위한 민간 협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에는 5년간 10조원을 투자한다.

민간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참여 계획을 밝힌 것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가장 낮아 이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가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기존 부동산이나 가계대출 등에 쏠려 있던 자산을 조정하는 동시에 정부가 규제 합리화 조치를 통해 위험가중자산(RWA) 산정방식을 개편할 경우 투자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10조·자체 투자 7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9일 "국민성장펀드의 150조원 중 75조원은 한국산업은행이 조성하고, 나머지 75조원은 민간에서 조성한다"면서 "우리금융은 75조원 가운데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년간 80조원이 투입된다.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포용금융 확대에 7조원이 들어간다.

임 회장은 "10조원과는 별개로 그룹 공동투자펀드와 모험자본 투자 등에 7조원의 자체 투자를 진행하겠다"며 "이 밖에 56조원 규모의 융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단계별 필요 자금을 적시에 제공하겠다. 이를 통해 총 73조원의 자금으로 생산적 금융 전환의 물꼬를 트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이 자체 투자할 7조원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융자 56조원은 △K테크 프로그램 19조원 △지역소재 첨단전략산업 16조원 △혁신 벤처기업 11조원 △국가주력산업 수출기업 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조원 등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룹 공동투자펀드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자회사가 조성하고, 우리자산운용 등이 운용주체로 나선다. 우리금융은 △직간접 투·융자 △민간 모펀드 조성 △자펀드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과 같은 10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본여력을 확대해 첨단전략산업 기업에게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Pre-IPO, 기업공개(IPO)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으로 5년간 총 1조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가계 영업 비중 6대 4로

우리금융은 지난 5년 동안 9조원에 불과했던 투자를 향후 5년간 17조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해 이자수익 중심의 전통적인 수익 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임 회장은 "현재 은행에서 기업금융과 개인금융의 비중이 약 5대 5인데 이를 6대 4로 바꿔 기업 중심의 은행으로 바꾸겠다"며 "AI를 중심으로 내부 경영을 크게 바꾸겠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투자 리스크 관리에 AI를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반기 우리금융의 CET1은 12.81%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2%)를 웃돌지만 KB금융(13.74%), 신한금융(13.59%), 하나금융(13.39%)보다 낮다. 우리금융은 앞서 여러차례 CET1을 끌어올려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밸류업'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번 투자가 밸류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에 임 회장은 "재무 안정성에 끼치는 영향을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 해봤다"면서 "융자 56조원을 하더라도 부동산에 투입된 자금을 줄이고,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면 새로운 '룸(여력)'이 생긴다. 정부가 규제 합리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정부는 RWA 산정방식을 조정해 금융회사의 투자여력을 늘려줬다.

임 회장은 "가계부채를 줄여 투자여력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정책대출 상품은 그대로 취급해 서민대출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CET1을 유지·개선하는 것은 물론 주주환원율도 약속한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도 CET1에 미치는 우려가 컸고, 보험사를 키워 나가는 과정에 증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로서 악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투자 가능한 최대치를 결정했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사회와 국민과 함께 성장하지 않고 금융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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