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셔틀 외교’ 복원… 저출생·지역균형 등 사회문제 다룬다
파이낸셜뉴스
2025.09.30 18:08
수정 : 2025.09.30 21:13기사원문
부산 APEC하우스서 정상회담
이시바, 한국서 마지막 외교무대
양국 협의체 통해 상시논의 약속
후임 총리와도 지속 협력 가능성
한일 정상은 이날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하우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친교 산책과 만찬을 이어갔다.
이시바 총리가 다음달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을 마지막 외교 무대로 선택하면서 이번 회담은 '포스트 이시바' 체제와도 연계 가능한 지속적인 협력 틀을 다지는 데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역 상징 자산을 활용한 '현장 외교'를 통해 청년·문화·관광 분야의 체감형 성과를 쌓아 중앙정부 간 협력을 보완하는 상향식 모델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부산 회담에서는 지방 활성화와 인구감소 등 양국의 공통 과제가 함께 다뤄졌다. 인구문제·지방활성화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협의체 방안을 논의하고 AI·수소 등 미래산업에서 지난 회담의 후속조치를 점검했다. 무역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일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서 대응 지평을 넓히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만찬은 양국이 공통으로 즐기는 제철 식재와 전통 보양 재료를 활용해 '조화와 상생'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구성됐다. 정상 친교 프로그램에는 한일 혼성 음악 공연이 포함돼 문화 교류의 상징성을 더했다. 장소로 선택된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다자외교 무대의 기억을 환기하며 한일 협력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포인트다.
다만, 일본의 정권의 이행 여부는 변수다. 이시바 총리의 퇴임이 임박한 만큼 부산 회담은 '포스트 이시바' 체제와도 연계 가능한 협력 틀을 정리하는 의미가 크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지지층 3143명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를 지지했던 유권자의 41%가 이번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지지한다고 지난 29일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6%, 다카이치 사나에는 13%,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각각 5%였다. 여론조사대로 고이즈미가 총리가 될 경우 현 기조가 비교적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카이치가 당선될 경우 관계 복원 흐름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카이치는 27일 토론회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날'에 장관 파견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퇴임 직전 외교'의 함의를 주목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8월 첫 회담 당시만 해도 일본 내에서 한국 진보정권에 대한 선입견이 컸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며 "이시바 총리가 임기 막바지 외교 무대로 한국을 택했다는 점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시바가 전후 80년을 앞두고 '미래 지향' 메시지를 예고한 만큼, 이번 회담의 합의와 어조가 차기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권 이행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큰 결정보다 연속성 있는 실무협력의 틀을 다지는 게 현실적"이라고 했다.
한편 김혜경 여사는 이번 일정에 동행하지 못했다. 전날 저녁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진료를 받은 결과 오른쪽 귀 속 이석 이상으로 생기는 양성발작성체위성현훈(BPPV·이석증)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여사에게는 며칠간 안정이 권고됐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국제백신연구소(IVI) '백신 과학외교의 날' 및 'IVI한국후원회 제6대 명예회장 추대식' 참석과 오후 한일 친교 일정 참여가 취소됐다. 일본 측은 김 여사의 쾌유를 전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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