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짐칸 크기 바꿨다고 징역…경미한 위반은 과태료만 낸다

파이낸셜뉴스       2025.09.30 18:12   수정 : 2025.09.30 18:32기사원문
당정, 배임죄 포함 110개 완화
미용·세탁 상호변경 신고누락 등
형벌 줄이고 금전적 책임은 강화
1년내 1800개 항목 개선하기로

숙박업·미용업·세탁업 등에서 상호변경이나 지위승계 신고를 누락하면 지금까지는 최대 징역 6개월이나 벌금 500만원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최대 100만원으로 완화된다. 트럭 짐칸 크기를 경미하게 변경한 자동차 튜닝 승인 위반도 형벌 대신 과태료로 처리된다. 정부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형벌은 형사처벌 대신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등 금전적 처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7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형벌 합리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1차 방안이다.

■최저임금법 면책규정 마련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형벌은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활동 과정에서 법규를 어겼을 때 내려지는 형사처벌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 행정의무 위반에도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내려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로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6000여개 경제형벌에 대한 검토를 해 왔다. 양벌규정에 대한 면책규정이 없었던 최저임금법은 면책규정을 마련한다. 이는 과거 노동조합법도 면책규정이 없어 위헌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추후 전 부처 양벌규정을 전수조사해 행위자 외 법인·사업주를 처벌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양벌규정 폐지 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형벌을 완화하는 대신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한다. 기존 징역형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선주상호보험조합법상 임원이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경우, 현행 최대 징역 7년에서 징역 3년·벌금 3000만원으로 낮추고 손해액의 2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또 배달로봇 등 실외 이동로봇을 승인 없이 개조하면 형벌 대신 최대 5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경미한 의무 위반행위는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한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트럭 짐칸 크기 변경 등을 승인받지 않으면 징역 1년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원상복구 명령과 과태료 1000만원으로 개정한다.

수산물 유통업자가 수산물 이력추적관리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 현행 수산물유통법은 징역 1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1000만원이 부과된다. 개인신용평가사가 개인신용정보 수집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경우 징역 1년에 처하도록 하는 신용정보법 규정은 과태료 1000만원으로 개정된다.

■징역형 완화 대신 벌금 등 손해배상

시정명령이나 원상복구명령만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18개 규정은 행정명령 불이행 시에만 형사처벌을 유지한다. 형벌 필요성이 있더라도 행정제재나 계도를 통해 입법 목적 달성이 가능한 경우 해당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결정 시 시정조치명령 후 형벌을 부과키로 했다. 현행 징역 최대 3년, 벌금 최대 2억원 부과에서 시정 조치명령 부과 후 이를 불이행 시 형벌을 부과하는 조항만 유지한다.

대기업 등이 서점업 등 생계형 적합업종을 인수·개시·확장한 경우, 항만시설을 허가 없이 임대한 경우 등도 포함된다.

타 법률과 형평성을 고려해 형벌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100인 이상 급식소 운영자가 조리사·영양사를 두지 않은 경우 형량을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으로 낮췄다.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 합법성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징금으로 대체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선안을 토대로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일괄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번 개선 대상으로 삼은 형벌규정 총 110개 외에도 1년 내 전 부처 소관 법률 중 형벌 관련 규정 30%를 정비하겠다는 목표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경제형벌 규정이 6000여개에 달하는데, 이번 110개 과제가 첫 번째 작업"이라며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는 정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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