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참고서"...'록본기 힐스'에 '알박기'가 없었던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5.10.01 16:34   수정 : 2025.10.01 17:07기사원문
■日 부동산 보고서 (下)
소유주 설득에 장기간 공들이는 日
"50년, 100년이 기본... 내 생에 못 본다"
규제는 '투기 억제' 아닌 '개발 지원'에 초점



[파이낸셜뉴스] 재건축·재개발 구역 지정 여부는 국내 부동산 및 투자 시장에서 매우 예민한 문제다. 투기 방지를 위한 규제가 곧바로 뒤따르지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이에 비해 도심 복합개발이 선진화된 일본에서는 정비사업에 따른 '가격 널뛰기'가 심하지 않고, 규제의 성격 자체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1일 부동산·개발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도심 재개발을 위해 일부 구역을 재개발 촉진지구와 재개발 유도지구로 지정해 관리한다. 촉진지구는 공공 주도의 강력한 추진을, 유도지구는 민간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점진적인 개발을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부동산 투자자문 기업 클라우드 황순철 대표는 "재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빌딩 매매가에 포함되긴 하지만, 재개발이 추진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가격이 들썩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대규모 도심 대개조에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도심 개발이 초장기간 프로젝트라는 점이 꼽힌다.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는 "일본 재개발은 50년, 100년이 기본이기 때문에 완성된 모습은 내 생에 못 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소유주 한 명, 한 명이 개발에 동의할 때까지 협상하고 기다린다는 태도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2023년 말 개장과 동시에 도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아자부다이힐스'는 도시계획부터 완공까지 약 35년이 걸렸는데, 부동산개발업체인 모리빌딩이 프로젝트 기간의 대부분을 소유주 300여명의 동의를 받는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모범 개발 사례로 꼽히는 도쿄 '록본기 힐스' 역시 모리빌딩이 13년 동안 원주민 400여명을 일일이 설득해 갈등이 없었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 정부의 규제 방향성에도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정비구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의 규제지역으로 묶는 것은 물론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통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신축이나 개보수 등 소유주 임의의 건축공사를 제한하며, 해당 구역의 개발사업 시행 주체에게만 부동산을 팔 수 있도록 했다. 투기 억제라기 보다는 개발의 큰 방향성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다. '피'(프리미엄)를 붙여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소유주들이 고의로 매각을 미루는 '알박기'도 의미가 없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도쿄를 보면 서울도 무궁무진한 개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원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지역 특색을 살린다는 점에서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 오세훈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자체장들이 도쿄를 찾아 일본의 개발 전략과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도 최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는 '타운매니지먼트' 전략을 벤치마킹한다고 밝혔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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