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의약품 100% 관세 잠정 연기한 듯...제약사와 협상중
파이낸셜뉴스
2025.10.03 09:07
수정 : 2025.10.03 09:07기사원문
트럼프, 지난달 위협과 달리 아직도 100% 관세 서명 안해
제약사들과 협상 시간 버는 듯...화이자는 이미 협상
[파이낸셜뉴스] 이달부터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를 추가한다고 밝혔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미룰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며 의약품 관세 실행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원본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상반기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의약품 관세 부과를 준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상무부의 조사·보고를 거쳐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여 보복관세를 추가했다.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31일에 화이자를 비롯한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60일 내로 미국 내 약값을 인하하라고 요구했으며 따르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2일까지도 의약품 관세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화이자를 비롯한 일부 제약사는 미리 움직였다. 트럼프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화이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약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불라는 미국에서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700억달러(약 98조원)를 투자한다고 알렸다. 불라는 회견에서 트럼프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의약품 관세를 화이자의 미국 투자가 진행되는 3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불라를 향해"그가 여기(미국)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 그는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기로 이전하면 관세가 없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연기는 다른 제약사들과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지난달 16일 영국 제약회사 GSK는 앞으로 5년간 미국 내 연구개발과 공급망 기반시설에 3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 50억달러를 들여 제조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연구 및 기술 부문에 5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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