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 강국' 日 노벨상 수상자 배출…암·자가면역질환 치료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5.10.07 09:09
수정 : 2025.10.07 09:09기사원문
'조절성 T'세포, 암세포 증식·알레르기·자가면역질환 관련
전세계적으로 200건 이상 임상시험 진행중
제1형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등 치료 효과 기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학교 명예교수가 발견한 '조절성 T세포(制御性T細胞, Regulatory T Cell)'는 면역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세포로 체내의 '경비원'이라고도 불린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조절성 T세포'는 암세포의 증식이나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과 관련돼있다. 현재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제약사들이 앞다퉈 움직이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200건이 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세 사람의 연구 성과는 복잡한 면역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현재 전 세계 대학과 기업 연구자들이 조절성 T세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정에 관여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토마스 펠만 교수는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는 수상 후보 중에서도 가장 유력했다. 인체 내 면역 시스템이 다른 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밝혀낸,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의료 응용을 목표로 한 연구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제1형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 억제 등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가이제약(中外製薬)이 2016년 사카구치 교수가 소속된 오사카대 면역학 프런티어 연구센터(IFReC)와 10년에 걸친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해 공동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편 면역 연구는 일본의 ‘가업(家業)’이라고 불릴 만큼 강세다. 기시모토 다다아키 오카사대 명예 교수가 발견한 ‘인터루킨6(IL-6)’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Actemra)’ 개발로 이어졌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혼조 다스쿠 교수가 발견한 ‘PD-1’ 분자는 암 면역치료제 ‘옵디보(Opdivo)’와 ‘키트루다(Keytruda)’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산학 협력을 통한 면역 연구와 신약 개발의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카구치 교수의 연구 역시 일본에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면역학 연구 전통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전날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근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 박사 이래 일본에는 면역학의 전통이 이어져왔다. 학문의 전통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 면역학의 강점에 대해 언급했다.
사카구치 교수의 조절성 T세포 연구는 처음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닛케이는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꾸준하게 기초 연구에 몰두했다. 1995년에는 쥐 실험을 통해 조절성 T세포가 자가면역질환과 관련 있음을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조절성 T세포를 ‘악용’한다는 사실과, 반대로 조절성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면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전통의 면역학 강국' 일본이지만 사카구치 교수는 정부의 연구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연구 지원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자금이 적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독일과 비교해도 면역 연구 자금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재정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일본의 연구 지원 방향에 대해 “과학은 목적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이 보이면 통찰력 있게 지원해야 독창적인 연구 성과가 나온다. 단순히 논문 수만 평가할 게 아니라, 그런 독창적인 연구가 세상에서 정당하게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