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아파트 5억 높여 내놨는데..."사람들이 줄서요"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4:45
수정 : 2025.10.09 14:38기사원문
'규제 전 막차' 심리에 호가 급등.. 마포구 신고가 행렬
매물 1년새 12%↓.. "신고가 늘어도 시장 회복세 아냐"
[파이낸셜뉴스] "주인이 집을 내놔서 벌써 일곱 팀인가 다녀갔어요. 거실 뷰가 좋아 다들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가격 때문인지 망설이더라고요. 시세보다 5억이나 비싸서 누가 살까 싶은데, 다른 매물들 거래되는 걸 보면서 집주인도 기대하는 눈치예요."(마포구 주민 A씨)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호가 중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 59㎡의 시세는 17억원 선이지만, 최근 호가가 22억원까지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성사된 경우 금방 소문이 나면서 다른 집주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최근엔 급매물이 거의 사라졌고, 규제로 막히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팔려는 매도자가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규제 공백 속에서 커진 집값 상승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마포구 주요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마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24억9000만원에 거래돼 단지 신고가를 새로 썼고,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6일 2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114㎡도 지난달 20일 28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 행렬에 합류했다.
신고가 조회 플랫폼 집캅에 따르면 정부의 9·7 공급대책 발표 이후 이달 2일까지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는 308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마포구가 전체의 약 12%인 38건을 차지했다. 한강벨트 중심지로 부상한 마포가 ‘제2 성동구’로 거론되면서 매도자들의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신고가 행렬과 달리 매물은 꾸준히 줄고 있어,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100건으로 전월(4195건)보다 21.6% 늘었다. 6월 이후 세 달 만의 반등세지만 매물 감소로 거래량이 충분히 늘어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3889건으로 1년 전(8만3890건)보다 11.9% 줄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 서울 아파트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거래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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