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규제, 韓 중간자 위치…주도적 역할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2:00   수정 : 2025.10.09 13:21기사원문
WTO 체제 약화로 디지털 무역 다자간 논의 부진해
APEC 계기로 디지털 규범 표준화 위한 韓 역할 중요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무역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주요국이 서로 다른 규범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국제 규범 형성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디지털 통상 현안과 한국의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디지털 서비스 소비 확산으로 디지털 무역은 글로벌 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전송 서비스 수출은 2010년 5391억 달러(약 765조원)에서 2024년 1조6209억 달러(약 2301조원)로 3배 이상 증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상품 수출은 등락을 반복한 반면, 디지털 전송 서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등 외부 충격에도 꾸준히 확대되어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디지털 무역의 성장과 함께 데이터 이전 및 활용을 둘러싼 국가별 규범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데이터 자유화를,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주권 강화를, 중국은 데이터 현지화와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상이한 규범은 실제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 서비스 무역 제한 지수(DSTRI)를 기준으로 한국의 상대적 위치를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0.02), 일본(+0.04)보다는 다소 규제가 강하지만, EU(-0.02), 중국(-0.26)에 비해서는 개방적인 것으로 나타나 주요국 사이에서 '중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한국의 위치는 상대국의 시각에 따라 개방 부족이나 규제 완화로 해석될 수 있다"며 "특히 다자 차원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진전이 더딘 반면, 디지털 무역협정은 이제 막 체결 단계에 있어 이러한 이슈들이 양자 간 통상 갈등으로 더 쉽게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GI는 디지털 무역 부문에서 한국이 지속가능한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방과 기술주권 간 균형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 확보 △국제 표준화 선도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능동적 역할을 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이홍식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 개방성이 높은 만큼, 국제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파트너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측은 "오는 10월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부대 행사로 열리는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DEF 2025)과 10월 28일~11월 1일 예정된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및 정상회의는 WTO 논의 교착 상황에서 디지털 무역 규범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라며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과 연계해 한국이 제시한 주요 과제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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