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작년 계엄설 제기…다 정신 나갔다고"

[파이낸셜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계엄 준비설을 처음 언급했을 당시 주변의 반응을 회고하며 "모두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복적인 '반국가 세력' 발언과 김용현 전 대통령 경호처장의 국방부 장관 지명 등 일련의 행태를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8일 공개된 KBS 12·3 비상계엄 증언 채록 프로젝트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인터뷰 영상에서 이 같은 배경을 설명했다.

김 총리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행태를 관찰하며 "저들은 권력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감행할 사람이며, 절대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계엄설을 주장했을 때 솔직히 말해 '아, 맛이 갔구나'라는 반응이 나왔다"며, "비교적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조차 '좀 지나친 것 아니냐'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계엄 준비설'을 주도적으로 제기해 왔고, 이후 현실화되면서 정치권 안팎의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김 총리가 계엄설을 언급했을 당시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계엄 얘기는 민주당이 만들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역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 행위"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 총리는 "실패로 끝난 계엄"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지금까지 드러난 증언만으로도 무력을 사용하고 사람들을 체포하려 했던 계획들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다수의 우연과 천우신조가 합쳐져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저지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총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보였던 고압적인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 질문도 끈질겼지만, 그들의 말투와 태도, 표정, 그리고 눈빛이 지금 다시 봐도 소름 끼칠 정도였다"며, "만약 (계엄이 성공해) 그때 끌려갔다면 아주 처절하게 짓밟혔을 것이라는 생각을 실제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여 전 사령관의 태도를 비판하자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군복 입고 할 얘기 못 하면 더 XX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총리는 마지막으로 "(계엄을 저지할 수 있었던) 과정은 전적으로 국민들이 굳건히 버텨준 덕분"이라며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뜻이 하나로 모일 경우 그 누구도 거스르거나 반항하거나 뒤집을 수 없다는 일종의 확인 내지 경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e-mail]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