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엔 너무 먼 '디지털 온누리'… 10명 중 2명만 쓴다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8:08
수정 : 2025.10.09 21:38기사원문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도입 6개월
거래액 1조3000억원 넘겼지만
주 고객층 70대 거래비중 단 5%
홍보비 9배 증액 대비 효과 미비
"접근성 개선과 교육지원 필요"
#. 경남 사천시에 거주하는 김순자씨(가명·79)는 평소 장을 보기 위해 인근 전통시장을 자주 찾는다. 수년째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봤지만 올해 초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전환된 뒤부터는 사용을 거의 포기했다. 안내를 받아 앱 설치까진 했지만 결제가 어려웠다.
서울에 사는 자녀들도 "전통시장을 안 가서 잘 모른다"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는 "앱으로 바뀌고 나선 어렵고 복잡해 손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의 총 거래금액은 1조3183억원에 달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3월 94만명에서 5월 100만명을 넘겼고, 거래건수도 월 550만건 안팎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령별로는 주 고객층의 이탈이 뚜렷했다. 70대 이상 결제금액 비중은 5.2%, 60대 이상을 합쳐도 21.5%로 10명 중 2명 수준에 그쳤다. 반면 30~50대는 전체의 72.9%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지류상품권 선호도를 감안하면 디지털 전환 이후 온누리상품권 핵심 소비층이었던 이들이 사실상 이탈한 셈이다.
스마트폰 인증이나 결제 절차의 기술 장벽이 높은 데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결제 환경이 미흡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국민신문고에는 지난달 말 기준 166건의 민원이 접수됐으며, 상당수가 '가맹점 찾기 불편', '본인인증 오류', '카드 등록' 등 사용에 대한 불만이었다.
기술적 불안도 발목을 잡았다. 한국조폐공사는 3월 통합 플랫폼 출시 첫날부터 로그인 지연과 앱 종료 현상을 일으켜 혼란을 빚었다. 예정된 1월 오픈이 두 달 미뤄진 끝에 출범했지만 이후에도 결제 오작동, 앱 끊김 현상이 이어졌다. 3월 신규 가입자는 147만명이었으나 4월엔 24만명으로 줄었고, 거래금액도 14% 감소한 1897억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광고선전비는 2년 새 9배 이상 늘었다. 2023년 2800만원, 2024년 1억4790만원, 2025년엔 2억5840만원이 배정됐다. 문제는 홍보가 급증했음에도 7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여전히 5%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1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4월에만 예산의 47%를 집행해 성과 부각에 치중한 나머지 접근성 개선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이 카드형과 모바일형 통합을 계기로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정작 전통시장의 주 고객인 고령층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며 "올해 4월 홍보비 급증이 대선국면에서 윤 정부 치적 쌓기용이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거래 규모 확대와 홍보비 지출에 치중할 게 아니라 고령층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격차 해소, 접근성 개선, 교육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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