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대통령실 CCTV서 문건 쥔 한덕수...法 “국민 위해 무슨 조치했나”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5:27
수정 : 2025.10.13 15:27기사원문
특검 “한 총리, 계엄 동조”…法 “계엄, 생명·안전 침해 가능성 높아”
한덕수 “계엄 몰랐고 반대했다”…CCTV 영상 재생 뒤 증인신문
[파이낸셜뉴스]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전후 대통령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특검은 영상 속 한 전 총리가 문건을 들고 있는 장면을 근거로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고 동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직접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묻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대통령 경호처가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재판 관련 비밀 공개가 가능하다”고 공문을 보낸 점을 들어 “중계 동의 취지로 해석된다”며 법정 중계를 허가했다.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40분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대접견실에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특검은 이를 두고 이미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와 일반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기억된다”며 “비상계엄이라는 말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서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한 전 총리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대접견실로 돌아왔다. 이때 한 전 총리 손에는 문건이 들려 있었고, 조 전 장관 등과 함께 이를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포고령과 특별지시 등 최소 두 종류의 문건을 들고 나왔다며, “계엄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던 과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언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9시 35분쯤 한 전 총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도 등장했다. 특검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독촉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오후 10시 18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계엄 선포 취지를 설명할 때, 한 전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특검은 지적했다.
이어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단둘이 대접견실에 남아 16분간 문건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장면도 재생됐다. 이 전 장관이 웃는 모습이 포착되자 특검은 국회 봉쇄나 언론사 단전·단수 등 실행 논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계엄 해제 이후 한 전 총리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들고 온 결재판을 함께 살피는 모습도 있었다. 특검은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하며 실질적으로 내란 행위를 도운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재생 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무총리인 피고인이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계엄 문제에 대해 반대했다”며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고, 의견들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별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계엄 계획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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