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공급 위기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8:16
수정 : 2025.10.13 18:15기사원문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 오늘의 위기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강남·북 균형발전을 목표로 '뉴타운 사업'을 시작했다. 총 35곳이 지정된 이 사업은 단순한 주택 건설이 아닌 도로 등 공공기반시설을 함께 정비해 재개발을 촉진하려는 종합 도시개발이었다. 서울의 연간 주택공급은 2002년 5만8000호에서 2003년 8만5000호로 급증했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매년 4만~8만호 수준의 공급이 이어졌다. 이 전 시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오세훈 시장도 바통을 이어받고 뉴타운 개발에 속도를 냈다.
2021년 오세훈 시장의 복귀 이후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잃어버린 공급 동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4000호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전년 대비 약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등 도시정비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15년 전 급격한 정책 전환으로 생긴 '공급 절벽'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결국 서울의 주택공급 위기는 과거 정책 변곡이 남긴 깊은 상처다. 뉴타운 해제는 도심 공급 체계의 근본을 약화시켰고, 그 결과는 오늘날 구조적 공급 부족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다. 이제 행정력과 제도적 역량을 총동원해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첫째,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의 축을 다시 세워야 한다. 시민이 원하는 주거공급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인허가 절차 지연, 주민 갈등, 사업성 저하 등 병목 요인을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 주택 공급정책은 단기 성과보다 지속가능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며, 현재의 신속통합기획도 그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직주근접을 강화하고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민의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는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양적 공급을 넘어 도시 구조를 재편하고, 서울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이다.
서울은 다시금 '공급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그로부터 배우며, 책임 있는 선택으로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주거 환경을 물려주는 것. 그것이 지금 서울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