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가 어때서…돈 벌어서 놀 거다" 청년 노리는 글 오늘도 수십건

파이낸셜뉴스       2025.10.14 14:20   수정 : 2025.10.14 14:20기사원문
"나도 당할 뻔했다"…온라인엔 경험담 올라오기도
고수익에 자기 발로 갔으니 '납치 아닌 감금' 지적



[파이낸셜뉴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고문 등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엔 캄보디아의 '고수익 아르바이트'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거나, 부모님이 추천했다며 캄보디아행(行)을 유인하는 글들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실제 자신의 경험담인지, 유인글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에 가는 걸 주의하라고 요청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돈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글까지 올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달 20일 일하고 2000만원…주말엔 여자랑"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엔 '내일 캄보디아 건물 시공하러 간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날짜를 바꿔가며 최근 며칠 새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제목, 같은 내용으로 게시되고 있다.

해당 글을 쓴 A씨는 "캄보디아 건물 짓는 노가다(막일)인데 기술공이 없어서 준기공인 저한테 기공단가랑 출장비 얹어서 일당 100만원 치고 주5일 근무하는 조건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4주 20일만 일해도 월급이 2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캄보디아에서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여자랑 유흥이나 즐겨야겠다. 캄보디아에 한국인 여성 유흥 술집도 있다던데, 비행기 티켓도 자기들이 끊어 줄테니 타고 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안전을 강조하며 캄보디아 일자리를 추천하는 글도 보였다.

지난 12일엔 "부모님 아는 지인 분이 캄보디아 일자리 소개해줘서 출국 준비 중"이라며 "외국이라 좀 낯설긴 해도 요즘 같은 시국에 일자리 얻은 게 어디냐. 월급도 꽤 세다. 500 정도 준다는 데 취붕이(취업준비생)들도 한국에서만 찾지 말고 다른 길도 생각해 보라"고 은근히 캄보디아행을 제안했다.

온라인 구인 게시판에도 여전히 "최고의 고수익 일자리" 등의 설명을 붙이며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일할 'TM(텔레마케팅) 직원'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구인 글을 보면 “평균 월급이 1500만∼3000만원에 달하고 지난달 한 직원은 월급 4500만원을 받아 갔다. 벌 수 있을 때 빠르게 벌고 내 인생을 되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글에도 한국인 대상 범죄로 불안감이 커졌다는 걸 의식한 듯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구인글에는 "감금·폭행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은 없고 쓸데없이 그런 의미 없는 짓을 하지도 않는다"며 "안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회사 운영진들은 오직 같이 일해서 서로 돈 많이 벌자는 '윈윈' 마인드뿐"이라고 써 있다.

"느낌 안 좋아서 거절했는데 나도 하마터면"


이에 반해 우리 정부가 최근 캄보디아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지정한 만큼 캄보디아행 자제를 요청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날 '캄보디아 취업권유 받았던 썰'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B씨는 "두 달 전 아는 동생하고 술을 먹었다. 1년에 한 두 번 정도 보는 대학 후배였는데, 옛날 얘기하다가 당시 총학회장 후보 나갔던 형하고 영상통화를 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3명이 스피커폰으로 얘기하다 그 형이 자기 캄보디아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직 생각 있으면 넘어오라고 했다"면서 "'무슨 일하는 거냐'고 하니까 '콜센터 응대 같은 거 한다'는데 무슨 월급이 5000불(약 715만원)에 3개월마다 성과급 1500불 정도 나온다고 했었나"라고 덧붙였다.

B씨는 "대충 한화로 계산기 두들기면 연봉 1억이 넘더라. 혹했다가 생각해보니 이 인간 그전에 한 일이 생각났다"면서 "(그 형) 캄보디아 간 거 보니 합법적인 일은 아닌 거 같아서 좋게 얘기하고 해외 취업은 적응 힘들 거 같아 어려울 거 같다는 식으로 얘기 끝냈었다. 그때 갔으면 생각에 섬뜩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고수익 보장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글들도 쉽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월급 1500~4000만원 준다니 간 거다. 이걸 아무 능력도 없는 이대남한테 왜 주겠냐"면서 "다 범죄 수익인 거 너희도 안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엄밀히 말하면 이건 납치가 아니다. 자기들이 돈 많이 준다고 자기 발로 걸어갔다가 벌어진 일 아니냐"며 "사실상 납치가 아니라 감금이지"라고 했다.

경찰도 온라인 단속 나서


경찰도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온라인에 올라오는 캄보디아행 유인글 단속에 나섰다.

일단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고수익 보장' 캄보디아 유인 글이 게시되는 구인·구직 플랫폼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또 보이스피싱 통합대응센터 분석 차단팀 등과 협조해 유인 의심 글을 차단하는 조치도 시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모니터링 및 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을 하고 있고 각종 SNS 자율협의체가 있어 통합분석팀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8월 현재까지만 330건이 신고됐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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