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공모' 박성재 구속영장 기각...비상계엄 국무회의 수사 제동

파이낸셜뉴스       2025.10.15 01:51   수정 : 2025.10.15 01:51기사원문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 수사 차질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공모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에 대해 "구속 상당성이나 도주와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장관이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박 전 장관이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사실의 실제 존재 여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 존재 △현재까지 소명 정도와 수사 진행이나,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했을 때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즉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 절차를 밟는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사전에 논의하고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무위원으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통해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10여명이 모여 박 전 장관으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대통령실에서 계엄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박 전 장관은 회의를 전후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3차례 통화를 했는데, 특검팀은 심 전 총장과 검찰 파견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소환조사에서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심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경기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소속 검사를 출동시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실제 계엄 당일 밤 입국·출국 금지와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 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체포대상'에 올랐던 정치인들에 대한 출국을 막기 위해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법무부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박 전 장관은 '사후 안가 회동 의혹'도 같이 받는다. 계엄 해제 당일인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 박 전 장관과 이 전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 한정화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했다.

박 전 장관은 오전 9시 55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교도소 수용인원 확인을 왜 했는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왜 지시했는지', '계엄을 반대한 것이 맞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법정에서 충실히 잘 설명해드리겠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은 230쪽의 의견서와 120장의 프레젠테이션(PPT)를 준비해 박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심사에는 이윤제 특검보와 차정현 부장검사, 송영선 검사, 신동진·기지우 군검사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특검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가 교체되거나 일부 데이터가 삭제된 점, 당시 교정본부에서 작성된 문서 일부가 폐기된 점 등을 들면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심사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계엄 당일 법무부에 지시한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박 전 장관에 직접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심사 이후 법정을 떠나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소명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열심히 설명했다"고 짧게 답했다.

박 전 장관이 구속을 피하면서, 윤석열 정부 장관 3번째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면하게 됐다.

반면 특검팀은 박 전 장관 구속에 실패하면서, 내란 국무회의 규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법원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박 전 장관의 혐의를 다퉈봐야 한다고 지적한 만큼, 특검팀은 향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나머지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 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까지 실패하면서, 비상계엄 전후 상황 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불어 박 전 장관이 참석한 국무회의 전 대통령실 상황과 계엄 이후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 전부터 제동이 걸리며, 박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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