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엑셀방송" 티켓 끊은 BJ들…위험 안은 콘텐츠에 '눈살'
뉴스1
2025.10.19 14:06
수정 : 2025.10.19 19:32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여행경보가 격상된 캄보디아로 향하는 국내 BJ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는 캄보디아에서 엑셀방송을 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BJ들의 언행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 씨는 "범죄자 소굴 앞에서 엑셀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엑셀방송은 BJ들이 후원 순위를 엑셀 시트처럼 정리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의 방송을 뜻한다.
이에 앞서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의 BJ로 활동 중인 B 씨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원구단지 앞에서 생방송을 했다는 글이 확산했다.
이곳은 태자단지, 망고단지와 더불어 캄보디아 내 3대 범죄 단지로 분류된 곳으로, 중국계 범죄조직이 감금과 불법 사기 행위를 벌이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B 씨는 단지 앞에서 "좋은 말로 할 때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된 피해자들을 풀어달라"고 외쳤다. 방송은 실시간으로 진행됐고, 시청자 수가 2만 명을 넘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 박 모 씨(22)가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돼 고문으로 숨진 뒤 국내에선 유사한 피해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가담해 현지 수사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0여 명이 전날 국내로 송환되기도 했다.
특히, 외교부는 지난 16일 0시부터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등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하기도 했다.
외교부의 여행경보는 △1단계(남색경보) '여행유의' △2단계(황색경보) '여행자제' △특별여행주의보 △3단계(적색경보) '출국권고' △4단계(흑색경보) '여행금지'로 구분된다. 여행금지 지역에 들어갈 경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은 방문과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을 긴급한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 외교부 장관 허가 없이 방문·체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감금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이처럼 외교부가 여행경보를 격상했음에도, 캄보디아로 향하는 BJ나 유튜버를 현실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5일부터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캄보디아로 향하는 출국자를 막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게이트에서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범죄 가담을 알고 있거나 혐의점이 확인된 자는 현장에서 강제로 출국 금지될 수 있다.
그러나 BJ와 유튜버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경찰 관계자는 "BJ나 유튜버가 취업 사기를 당했거나 대포통장 판매 등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제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6월 한 여성 BJ가 프놈펜 인근 칸달주의 한 마을에서 붉은 천에 쌓여 웅덩이에 버려진 상태로 발견된 사례를 감안하면, BJ와 유튜버의 무분별한 캄보디아행 또한 막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부 BJ들은 캄보디아 사태를 조회수를 올려 돈을 벌 기회로만 보는 것 같다"며 "(이런) 콘텐츠에 책임을 지게 할 법이 굉장히 모호한 상태다. 정부가 미필적 방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일탈을 하는 사람들에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과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하는 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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