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뉴노멀' 됐지만 美생산 日업체에 뒤쳐져...현대차, 생산 경쟁력 '승부수'

파이낸셜뉴스       2025.10.28 05:29   수정 : 2025.10.28 05:29기사원문
대미 관세 25%→15% 인하 기대감에도 여전히 5~6조원 추가 부담
최대 경쟁국 일본과 같은 출발선상에도...현지 생산능력에 영향 더 커
지난해 현대차·기아 美 수입비중 66.7%, 도요타는 33.5%



[파이낸셜뉴스] 한미 후속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대미 자동차 관세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선 여전히 연간 조(兆) 단위의 추가비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부담 완화를 위해선 현지 생산능력이 핵심인데, 미국 내 최대 경쟁국인 일본 업체들과 비교해도 수입 비중이 높은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 내 현지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이대로면 年 5조~6조 관세 피해


28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대미 자동차 관세가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되더라도 현대차·기아가 연간 5조~6조원 수준의 관세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25%에서 15%로 조정될 경우, 현대차는 6조원에서 3조6000억원, 기아는 4조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관세 피해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무관세로 내수시장과 같은 '프리미엄'을 누려왔던 만큼, 경쟁사와 비교해도 관세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15% 자동차 관세를 확정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기본 관세 2.5%에 수입차 품목 관세 25%를 내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하 폭이 12.5%p인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같은 출발선상에 놓이게 되더라도 인하 폭은 10%p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핵심은 미국 내 생산 능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미국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동일한 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장 관세 비용이 현실화한 지금까지도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현대차그룹의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170만8294대)의 66.7%(113만9999대)가 우리나라나 멕시코 공장으로부터 수입된 차량이었다. 반면 미국 내 현대차·기아의 최대 경쟁사인 도요타의 경우 미국 판매에서 수입 비중이 33.5%에 그쳤다. 현대차그룹보다 30년 가까이 더 일찍 미국에 진출한 만큼, 현지 생산 기반을 미리 닦아놓은 탓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을 본격화했지만, 여전히 현지 생산율은 40%대 수준으로 일본 업체 대비 열위에 있다. 결국 같은 관세율을 적용받더라도 일본업체들이 대응력에서도 한발 앞설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현지 업체들도 미국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현지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야 미국 시장에 현대차·기아밖에 없지만, 일본 업체들은 미국에 진출 업체 간 공장 상황에 따라 생산설비를 유연하게 공유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어 더욱 대응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5년내 美 물량 대부분 현지생산 목표


이에 현대차그룹은 5년 내 미국 물량 대부분을 현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 규모로 늘리고, 앨라배마 공장(HMMA)의 생산량을 끌어올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80% 수준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제네시스 라인업을 비롯해 미국 내 생산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관세를 차치하고서라도 내년부터 미국 내 자동차 시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업체 간 점유율 수비 경쟁은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가 늘어가는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미국 시장은 본격적으로 자동차 수요 감소가 예상돼 현대차그룹으로서도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힘겨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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