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채 쓸어담은 외국인… 올들어 순매수 100조 넘었다

파이낸셜뉴스       2025.10.20 18:09   수정 : 2025.10.20 18:08기사원문
10월 중순 이미 105조3000억
지난해 총순매수보다 42조 많아
금리인하 기대·WGBI 편입 영향

올해 들어 외국인의 원화채 매수 규모가 4년만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20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연초 이후(1월 1일~10월 17일) 순매수한 원화채 매수 규모는 10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 63조5000억원 대비 42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순매수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외국인의 국채 등 원화채 순매수 규모가 연간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1년 119조2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원화채 잔액은 지난 6월 300조원을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달 17일 기준 314조원을 가리키고 있다. 전체 우리나라 채권(원화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0% 수준이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원화채 매수 배경으로 금리인하 가능성, 기정사실화된 세계국채지수(WGBI)편입 등이 꼽힌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금리 인하 가능성(채권 가격 상승)이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준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현재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되면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다.

내년 4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기대감도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에 한몫했다. 한국의 WGBI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미리 한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WGBI는 글로벌 채권투자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벤치마크 지수로, 여기에 편입되면 글로벌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대형 투자기관들이 자동적으로 한국 국채를 편입해야 한다.

또 이재명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채권 약세(채권 금리 상승, 채권 가격 하락)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내년 국채 시장이 강세(채권 가격 상승)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채권시장의 화두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의 여파"라고 하면서도 "내년 예산안 기준으로 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대비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는 국채 발행만으로 재원을 모두 조달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재정 수입을 늘리는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고 봤다. 즉 국채를 올해만큼 찍어내기는 쉽지 않아 그만큼 채권 공급 압력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채권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국내 보험사들의 채권 선도거래(본드포워드) 자금도 상당히 들어와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본드 포워드란 쉽게 말해 지금 사겠다고 계약을 맺어놓고, 실제 돈과 채권은 3년 후 또는 5년 후에 주고받는 거래를 의미한다. 주로 보험사들이 30년물 같은 초장기 국채를 미래에 매입하기 위해 미리 가격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 거래는 특성상 외국 금융기관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통계상 외국인 매수로 잡힐 수 있다.

한편, 이달 17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도 1123조5001억원에 달한다. 지난 9월 외국인의 보유 주식 규모는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