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차, 피해자들 여전히 떤다
파이낸셜뉴스
2025.10.22 11:03
수정 : 2025.10.22 11:03기사원문
스토킹피해 신고 건수 매년 증가
가해자들, 잠정조치 명령 받고도 찾아가
피해자 증거 확보 어려움 겪기도
"스토킹범죄 특성 이해해야"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4513건에서 2021년 1만4509건, 2022년 2만9565건, 2023년 3만1824건, 2024년 3만1947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의 집착이 스토킹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허용 범위를 넘어 접근하면 스토킹에 해당한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구지법은 지난 5월 스토킹처벌법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경찰에게 스토킹 경고장을 받고 전화상으로 스토킹 관련 경고를 받았음에도 69차례에 걸쳐 옛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욕설하며 “죽이겠다”고 소리 지르는 등 직접 찾아가 협박한 혐의도 있다.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는 사건도 드물지 않다. 올해 4월 가해자 B씨는 스토킹범죄를 저질러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로 찾아가 따라다니며 다시 만나자고 요구하고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잠정조치 2호(100m 이내 접근금지)와 3호(휴대전화 등 통신금지) 통지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는 강력 사건도 잇따른다. 지난 7월 26일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스토킹 안전조치 대상이었던 50대 여성이 직장에서 알게 된 스토킹범에게 살해당했다. 이틀 뒤에는 울산에서 3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같은 달 29일에는 대전의 30대 여성이 전 연인인 20대 남성에게 목숨을 빼앗겼다.
일각에선 스토킹처벌법이 마련된 뒤에도 스토킹 행위의 반복성과 지속성을 피해자 스스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일선서 한 여성청소년과장(경정급)은 "연락을 얼마나 자주 했느냐와 관련된 부분은 통화 내역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얼마나 자주 찾아왔느냐는 CCTV 내용을 확보하지 못하면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피해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해자를 마주하며 녹음을 못 하는 등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사법기관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스토킹범죄는 상해, 살인 등 더 큰 범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범죄라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며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 스토킹범죄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담 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