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죄 배경은? "시세조종 목적 없어"...검찰 항소할 듯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5:20
수정 : 2025.10.21 15:19기사원문
검찰 구형 15년 받은 김범수 1심서 '무죄' "카카오 SM 주식 매매, 시세조종 사례 달라" "검찰 측 핵심 증거 이준호 증언, 신빙성 낮아"
[파이낸셜뉴스] 법원이 21일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예상을 깨고 무죄로 선고한 것은 당시 주식 매매에 '시세조종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반드시 SM을 인수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를 ‘압박’이라고 규정지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 주장이 완전히 배척되고, 구형량과도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항소심에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의 선고 공판에서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조종으로 볼 순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시장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SM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카카오의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합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문 비율, 시간 간격, 매수 시점 등을 살펴볼 때 시세 조종 주문과는 상당히 다른 특성이 있다"며 "검찰이 특정한 고가 매수 주문, 물량 확보 주문 등을 일일이 살펴봐도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가 SM을 반드시 인수해야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를 고려했던 건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이 SM 경영권과 관련해 '평화적으로 가져오라'고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당일 투자 테이블 참석자는 그런 취지의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김 센터장이 2월 투자 테이블에서 SM 경영권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점 등을 살펴보면 해당 발언이 있었다고 해도 하이브와 평화적으로 논의하라는 취지가 상당하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검찰 핵심 증거로 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됐다. 이 전 부문장은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에 대한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 관련 압수수색 이후 검찰 조사에서부터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특이한 점은 자기가 직접 관련 있는 카카오엔터는 시세조종과 무관하지만 카카오는 시세 조종과 관련이 있다고 모순된 진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기관 의뢰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서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선고 후 검찰 수사를 드러내 놓고 지적하는 것은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재판부는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지양됐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검찰은 지난 8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5억원의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던 점을 고려하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들과 같이 주가를 높게 형성, 고정하기 위해 대량으로 주식을 장내 매집하게 되면 시장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향후 자본시장의 혼란과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엄단해 건전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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