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자국 생산車 인센티브…메이드인코리아는 보호망 없어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8:09   수정 : 2025.10.22 15:17기사원문
美, 북미서 최종 조립하면 지급
인도는 현지투자 조건 충족해야
보급 확대에 초점 둔 우리나라는
생산지 상관없이 가격 싸면 유리
국내서 이득 없는 완성차업체
다른나라로 인프라 옮기면 타격

국내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크게 높아진 원인으로는 '정책 부재'가 꼽힌다. 자국 내 자동차 산업 공급망 구축을 조건으로 각종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이대로 가면 수년 내 국내 자동차 산업 인프라가 해외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전기차 역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자동차 수출처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 2023년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되고 배터리 및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역내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달부터는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배터리 현지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유지하고 있고 수입차에 대한 고율관세 카드를 활용하는 등 여전히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는 '인도 전기차 생산촉진계획(SPMEPC)'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현지에 공장 건설 등 5억달러(약 7125억원)를 투자하고 5년 내 역내 부가가치(DVA)를 50%까지 달성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수입 전기차 관세를 대폭 내려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프랑스 역시 이달부터 유럽산 배터리를 탑재하고 유럽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기존 지원금에 더해 1000유로(약 165만원)를 별도로 보조하기로 했고, 독일도 내년 전기차 보조금 제도 부활을 앞두고 역내 생산 강화안 반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의 전기차 정책은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거점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해외 생산거점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 역시 주요 시장에서의 역내 생산 강화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인도의 탈레가온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튀르키예 공장에도 내년부터 전기차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차량의 기본가격, 주행가능 거리 등 전기차의 상품성을 기준으로 구매 보조금을 산정하고 있어 수입차들도 비교적 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는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한 가장 큰 장벽이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중국은 자국 내 전기차 산업의 자생력을 갖췄다고 판단, 지난 2009년부터 펼쳐온 구매 보조금을 2023년 폐지했다. 국내에서 중국산 자동차는 점차 수혜 폭을 늘리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정작 현지에서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각국의 전기차 역내 생산 기조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단순 차별을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이 해외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국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국내 시장 파이 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섣부른 블록화보단 세밀한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 생산거점을 강화하면 거기에 따른 소부장 업체들도 몽땅 넘어가게 된다"면서도 "미국이나 인도, 유럽의 무기는 결국 시장 규모인데 우리나라가 똑같이 하면 오히려 고립될 수 있어 정책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종근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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