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회담 불투명…러, 휴전 거부
파이낸셜뉴스
2025.10.22 09:18
수정 : 2025.10.22 09: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사실상 회담이 연기됐다고 보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 휴전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로이터 등 주요 매체는 두 정상의 예정된 회담이 보류됐다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백악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건설적인 통화’를 했지만 대면 회담은 하지 않기로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헝가리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Diwali) 축하 행사에서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회담 취소 여부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선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틀 안에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알리겠다. 많은 일들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쟁 종식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다. 푸틴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 끝내길 원한다. 나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미궁 속으로 빠진 배경에는 러시아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랫동안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영토를 양도해야만 휴전이 가능하다고 요구해왔고, 지금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의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 주 전체와 도네츠크 주의 약 75%를 장악하고 있으며, 두 지역이 합쳐져 돈바스를 이룬다.
이 같은 입장은 현 전선을 동결한 상태에서 휴전을 시작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유럽 지도자들 역시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며, 미국이 이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로이터에 “러시아는 전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현 위치에서 멈추자’는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아마 라브로프가 같은 말을 반복했고, 루비오는 ‘그럼 이만’이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니얼 프리드 전 주폴란드 미국 대사는 NYT에 “트럼프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푸틴을 압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언제 깨달을지, 그게 문제”라며 “푸틴은 계속 그를 가지고 논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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