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 쫓듯 실종자 찾는 경찰관..."인력부족은 한계"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5:46   수정 : 2025.10.23 15:47기사원문
실종이 강력범죄로 번지자 실종팀 신설...긴장 못놔
올해 초 인력 감축으로 업무 과중
"신고처리하기 바빠 장기사건 보기 어려운 환경"



[파이낸셜뉴스] "실종팀 업무 강도는 강력팀에 못지않습니다.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서울 서초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 박재응 경위는 2015년부터 실종 업무를 맡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이다.

15년 경찰 생활 중 3분의 2를 이 분야에 쏟았다. 그는 "실종자를 찾는 일과 범죄자 추적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필요할 경우 금융·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하는 등 실종자의 흔적을 쫓는다. 단순 실종이 대부분이지만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도 있어서다.

경찰이 실종팀을 만든 배경도 강력사건과 연관돼 있다. 2007년 말 경기도 안양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실종된 뒤 3달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자 경찰은 전국 경찰서 형사과에 실종 전담인력을 처음 배치했다. 2010년대 초 여성청소년과 신설과 함께 실종 업무가 이관되며 힘이 빠졌다가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일명 '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으로 실종팀이 정식 직제로 편성됐다. 두 사건 모두 각각 부실 수사, 초동 대응 부실로 경찰에 오점을 남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실종팀에 대한 관심은 다시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 내 중요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표인 인력 문제다. 서초경찰서 실종팀의 경우 이영학 사건 후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가 올해 초 2명이 줄었다. 감원 후 저녁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당직 근무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휴게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데다 순번도 빨리 돌아오면서 업무 과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 경위는 "112 신고가 들어오면 지역경찰과 실종팀이 동시에 뛰어들지만, 지구대는 다른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밤새 CC(폐쇄회로)TV를 뒤지고 건물을 돌아다니기 일쑤"라며 "최근 안타까운 해경 순직 사건을 보면서 휴게시간조차 없는 우리 근무환경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장기실종 사건을 들여다보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실종은 각 시도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장기실종전담팀이 맡고, 경찰서 실종팀은 일반 성인 장기실종 사건을 담당한다. 서초경찰서에는 장기실종 19건이 남아 있다. 그는 "최소한 그때그때 들어오는 사건과 장기 사건 담당자를 분리해야 소화할 수 있다. 지금은 매일 신고 처리하기도 바빠 장기 사건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며 "산악수색 한 번 하려고 해도 인원이 줄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고 했다. 서초경찰서 기준 실종신고는 1년에 3000여건, 하루 평균 10여건이 접수된다.

박 경위는 그럼에도 장기 사건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휴대전화 개통 여부나 신용정보 변동 등 '생활 반응'을 확인해 변화가 생기면 최소한 살아 있다는 의미여서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장기 실종자를 계속 추적하는 이유다. 몇 년 전에는 장기실종 아동의 귀 모양을 보고 가족을 찾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실종 업무는 경찰 내에서도 격무로 꼽히는 탓에 젊은 경찰관들이 오래 남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전문수사관 제도가 있어도 유인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후배를 설득해 5년, 4년차와 함께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금방 떠난다"며 "그럼에도 자살 의심자를 극적으로 구조하거나 가족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을 때 느끼는 보람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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