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페리아 사태'에 日자동차업계도 '비상'..혼다 등 실태조사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6:18   수정 : 2025.10.23 16:18기사원문
혼다·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 긴급 점검 착수 대체품 확보까지 수개월… 글로벌 생산 차질 우려 중국 내 공급도 차질, 자국 車 우선 공급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넥스페리아(Nexperia)발 반도체 수급난'에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복수의 상사가 반도체 출하 정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생산 중단을 피하기 위해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자동차공업회(JAMA)의 가타야마 마사노리 회장(이스즈자동차 회장)은 이날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출하 중단 사태와 관련해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납품을 보장할 수 없을 가능성에 대해 통보 받았다"며 "(자동차의) 글로벌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부품 제조업체가 일본 기업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가타야마 회장은 "부품 제조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넥스페리아는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범용 반도체 분야 1위 기업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지난 2019년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 업체 윙테크가 지분 전량을 인수해 실질적인 지배권은 중국이 갖고 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통제 차원에서 지난해 말 윙테크에 이어 지난달 넥스페리아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 '상품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해 넥스페리아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 기업의 이사회 결정을 정부가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초강력 통제 수단이다. 미국이 수출 규제 해제 조건으로 요구한 장쉐정 최고경영자(CEO) 해임도 단행했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보복 차원에서 지난 4일 중국 내 넥스페리아 핵심 공장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넥스페리아 유럽 공장에서 개발과 웨이퍼 생산을 담당하고 중국 공장에서 최종 제품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9일부로 일본의 대리점과 주요 고객사에 일부 제품의 출하를 제한 또는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닛케이가 입수한 넥스페리아 문서에는 최고상무책임자(CCO) 명의로 "특정 제품의 공급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계약상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됐다.

생산 중단을 피하기 위해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넥스페리아의 반도체는 자동차의 ECU(전자제어장치) 신호 처리부터 창문 개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일부 제품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넥스페리아 반도체 재고는 수주일 분 밖에 남지 않았다. 대체품의 인증 획득과 생산 체제 구축에는 수 개월이 걸린다.

독일자동차공업회(VDA)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생산 제한 또는 생산 중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간부는 "이달 초 도요타자동차와 덴소로부터 대체품 공급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혼다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일부 부품에 넥스페리아 제품이 포함되어 있어 "영향 여부를 포함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해당 제품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어떤 공장과 차종이 영향을 받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수출 중단 사태는 유럽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 내 자동차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넥스페리아는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홍콩을 거쳐 해외 및 중국 본토에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으로의 출하도 제한하면서 중국 내 납품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내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조달이 멈춰 곧 재고가 바닥날 우려가 있다.
넥스페리아 측에 조치를 요청했지만 자사뿐 아니라 모든 업체에 동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반도체) 공급이 우선될 것"이라는 추측도 퍼지고 있다.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윙테크의 간부는 지난 12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중국 내 사업의 안정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