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인류애를"..국제종교연합, 범어사 선문화관서 '국제평화음악제'
파이낸셜뉴스
2025.10.24 19:04
수정 : 2025.10.24 19:21기사원문
불교·기독교·천주교와 문화 경계의 넘어 하나된 울림 감동
참석자 400여명, 유엔창설 80주년 맞아 한반도 평화 기원
[파이낸셜뉴스] 24일 오후 6시, 정여 범어사 방장스님, 국가원로회 김계춘 신부, 전국기독교총연합회 임영문 목사, 안락성당 신요안 주임신부, 범어사 정오 주지스님, 기독교 장로인 정근 온그룹회장 등 국제종교연합 회장단을 비롯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신자 400여명이 모인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선문화관 대강당은 가을밤의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면서도 뜨거운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유엔 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2025 국제평화음악제’가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기독교에서 무대의 첫 문을 연 곡은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온요양병원 권진영 행정실장에 따라 박새결, 김재원의 바이올린이 서정적인 선율을 펼치자 객석은 숨소리조차 아꼈다. 박새결과 김재원 군은 발달장애인으로 최근 2년여 간 고신대 음대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권진영 실장의 지도를 받고 있으며 여러 무대에서 공연해왔다.
이어 온병원 물리치료사 손채완씨와 간호사 최신용씨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남과 북,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어선 평화의 울림이 홀 안을 따뜻하게 채웠다.
천주교를 대표해서 출연한 허동권 테너와 왕기현 소프라노가 부른 'O mio babbino caro'는 마치 기도처럼 잔잔했다.
피아니스트 신유진의 섬세한 연주가 두 사람의 목소리를 감싸 안으며, 인간 내면의 상처와 사랑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객석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음악 속에 녹아들었다.
부산 온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화이트 앤젤스의 무대는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졌다.
류성열의 지휘 아래 플룻 윤선희와 피아노 신유진이 연주한 '사랑이 필요할 때죠'는 종교적 경계를 넘어 모두에게 닿는 따뜻한 위로였다.
객석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보였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이미 음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특히 온병원 의사인 류성열 교수(방사선종양학전문의)의 지휘와 윤선희 이사장(온그룹의료재단)의 플루트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기독교에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불교 여여한 중창단 8명의 합창은 장엄하면서도 청아했다. 바리톤 윤오건과 지휘자 최진현이 더한 '즐거운 가요 메들리'와 '금강청령 범어사'는 불교적 선율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품었다. 맑은 목소리의 합창이 울려 퍼질 때, 객석에서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모든 출연진이 함께한 피날레 '사랑으로'는 평화의 대미를 장식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의 음악인들이 손을 맞잡고 무대 중앙으로 나왔을 때 객석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무대 위의 화음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인류의 언어로 승화됐다.
객석에는 다양한 종교 성직자와 신자, 시민들이 함께했다. 믿는 종교가 달라도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국제평화음악제’가 단지 공연이 아닌 소통의 장임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의 주제 '음악으로 인류애를, 하모니로 세계평화를'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완성된 하나의 메시지였다.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밤이 깊어갈수록 범어사 선문화관은 고요 속의 울림으로 채워졌다. 종교의 언어 대신, 음악의 언어로 피어난 이 밤의 공연은 참가자 모두에게 한 가지 진실을 전했다.
“평화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함께 노래하는 지금 이 순간에 있습니다. 갈등하는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첫 국제평화음악제를 개최한 국제종교연합 정여 이사장(범어사 방장스님)은 “음악은 가장 평화롭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매개”라며 “앞으로도 국제종교연합은 여전히 분단 상황에 놓인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갈구하는 평화음악제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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