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가성' 의혹 사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 주나

파이낸셜뉴스       2025.10.26 05:57   수정 : 2025.10.26 05: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자오창펑을 사면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4일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자오 사면이 불러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자오 사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자오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도 여러 ‘명망 있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그를 사면했다고 해명했다.

또 트럼프는 자오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과도한 기소’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오 사면은 트럼프 일가의 돈을 불려준 자오에 대한 보답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자오는 2023년 유죄를 시인하고 유죄를 선고받은 뒤 2024년 9월 4개월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사면을 위한 로비에 나서 결국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그 염원을 달성했다.

사면이 이뤄짐에 따라 바이낸스는 미국 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오는 트럼프 일가의 자산을 불려준 큰 공이 있다.

한때 암호화폐 비판론자였다가 적극적 지원으로 돌아선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에서 지금은 암호화폐 재벌로 탈바꿈했다. 트럼프와 그 일가는 다양한 암호화폐 사업을 통해 50억달러가 넘는 평가이익을 거뒀고, 이제 그의 암호화폐 자산 규모는 부동산을 앞지른다.

자오를 비롯한 암호화폐 거물들의 도움을 받은 덕이 컸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플랫폼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은 바이낸스가 플랫폼에 입성시키면서 바이낸스 플랫폼에서 성장했다. WLF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1의 핵심 성장 동력이 바로 바이낸스다.

연초 자오가 사면을 적극적으로 로비하는 와중에 바이낸스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돈을 대는 투자 업체가 USD1을 활용해 바이낸스에 2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트럼프의 WLF는 은행 잔고가 한 번에 20억달러 불어났다.

자오 사면이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저명한 트럼프 비판 정치 평론가인 로버트 라이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 버클리) 교수는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이는 그저 트럼프의 대가성 사면 사기(Scheme)의 최신 사례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실크로드, 니콜라 창업자들도 사면


트럼프의 대가성 사면은 자오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되기 직전이었던 중국 암호화폐 억만장자 저스틴 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사기 혐의가 없던 일이 됐다. 지난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선과 관련된 사건을 접었다.

선은 트럼프의 WLF 출범 직후 수천만달러를 투자한 터였다.

감옥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미국 땅을 밟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선은 지난 5월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주최한 암호화폐 거물들을 상대로 한 파티에 VIP 하객으로 참석했다. 트럼프는 이 파티에서 자신의 밈코인을 대거 팔아 치웠다.

트럼프의 사면은 암호화폐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화이트칼라 범죄자들도 포함하고 있다.

다크웹에서 운영된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 창립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로스 울브리히트도 사면됐다.

미 법무부는 아동 성 착취물을 비롯해 마약, 무기, 해킹도구 등 불법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암호화폐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던 사이트인 실크로드를 “인터넷에서 가장 정교하고 광범위한 범죄 시장”이라며 기소했고, 울브리히트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암호화폐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의 자유지상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사면을 촉구하는 운동이 확산하자 트럼프는 전격 사면했다.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4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복역은 시작하지 않았던 전기트럭 업체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도 사면됐다.

밀턴은 자본주의 근간을 해치는 주식 시장 사기 행위에도 불구하고 본인과 아내가 트럼프 재선 기금에 18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면서 사면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트럼프의 이런 대가성 사면은 암호화폐, 기타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질러도 트럼프와 친분이 있으면 사면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업계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CNN비즈니스는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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