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겨눈 카톡팝 돌풍… "풍자 넘어 명예훼손 여지도"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8:28
수정 : 2025.10.26 18:27기사원문
카톡의 광고도입 비판한 AI음악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 논란
해당 CPO는 유튜브에 삭제 요청
법조계 "AI는 도구, 제작자 책임"
학계 "실존인물 재현은 경계를"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을 풍자한 인공지능(A))생성 노래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공직 목적 존재가 법적 책임을 가를 잣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I 활용과 상관없이 풍자와 해학을 사회의 표현 방식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카톡팝'(Katalk Pop)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풍자곡은 AI 음악 생성기 수노(Suno)와 영상 합성 도구 소라(Sora)를 통해 명령어만 입력하면 가사·음성·영상이 자동 완성되는 방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공개된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는 새 UI(사용자환경)와 광고 도입을 비판하며 2주 만에 조회수 140만회를 넘겼다.
카톡팝 역시 최근 개편과 광고 도입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대표곡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는 2012년 공지문 "카카오팀은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습니다"를 비튼 것으로, "감히 카톡을 공짜로 보내, 실수로 안부 인사하게 만들고" 등 직설적인 가사로 이용자의 불편을 대변했다. 국민 메신저를 정면으로 겨냥한 만큼 파급력도 컸다.
특히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유튜브에 영상 삭제를 요청하면서 '검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백업본이 퍼지며 오히려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회사원 최모씨(31)는 "내가 느낀 불편을 대신 말해주는 가사라 공감이 갔다"며 "말로 하기 힘든 불만을 음악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I풍자가 현실의 인물과 기업을 직접 겨누면서 유머로 소비되던 풍자가 법과 제도의 문제로 번지고 형국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다 해줬잖아'가 AI 저작물의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례로 언급되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 보호의 경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카톡팝처럼 실존 인물의 직책이나 기업명을 가사에 담는 사례가 늘면서 풍자와 비방의 구분도 모호해졌다. 딥페이크 기술을 결합해 얼굴과 음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시도도 이어져 '풍자'가 '명예훼손'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AI는 단지 도구일 뿐, 결과물의 법적 책임은 제작자에게 있다"며 "AI로 만들었다고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초상권·명예훼손·모욕·저작권 침해 등 기존 법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공익 목적의 풍자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있지만, 인격 비방이나 상업적 이용이 개입되면 형사·민사상 책임이 따른다"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 침해 사이의 균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기술보다 인간의 태도와 윤리 감수성에 주목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부 교수는 "AI는 인간의 창작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지만, 윤리적 감수성이 함께 따라야 한다"며 "풍자 콘텐츠를 일괄 차단하기보다 맥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AI풍자를 '시대의 거울'로 보고, 그 사회적 기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 교수는 "풍자와 해학은 사회가 긴장될수록 살아나는 표현 방식"이라며 "AI는 형식만 바꿨을 뿐,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는 통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존 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며 "결국 문제를 결정짓는 건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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