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외지인도 강남 4구 올인… 더 거세진 '똘똘한 한 채'
파이낸셜뉴스
2025.10.26 18:39
수정 : 2025.10.26 18:38기사원문
대책 28번 쏟아낸 '문재인 시즌2' 되나
과도한 규제, 자산 양극화 부추길 우려
李정부 부동산 대책 공급보단 규제 초점
막힌 규제 풀어나갈 방향성 제시가 우선
상급지 수요에 상경 투자까지 몰려
1~9월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14만명
1년새 3만명 급증하며 4년來 최고치
서울 거주자 4명중 1명 동남권 사들여
강남권 평균 매매가, 서울 평균의 2배
대규모 정비사업 청량리 일대도 관심
'똘똘한 한 채' 집어져 외곽 매수세 뚝
26일 파이낸셜뉴스가 등기정보광장 통계를 활용해 올 1~9월 서울 아파트 등 집합건물 매수자를 주소지별로 분석한 결과 일부 특정지역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거주자 및 외지인(경기·인천·지방) 투자 1위 지역에 모두 '송파구'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반면 한때 외지인 투자처로 각광 받았던 외곽지역은 상경투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서울 거주자 강남 3구 매수 '25%'
주소지별로 보면 올 들어 9개월 동안 서울 집합건물을 매입한 서울 거주자는 10만2756명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느 지역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했을까.
통계를 보면 서울 거주자 매수 1위는 송파구로 나타났다. 1~9월에 총 7646명(비중 7.4%)이 사들였다. 뒤를 이어 강남구가 6502건(6.3%)으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동대문구(6.2%), 4위는 강동구(5.7%), 5위는 서초구(5.5%) 등의 순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5위권에 이른바 강남 4구가 다 포함된 점이다. 이 기간 서울 거주자 2만5579명이 집값이 비싼 동남권에 올인 한 것이다. 서울 집합건물을 사들인 매수자 가운데 25%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올 1~9월 강남 4구 평균 매매가는 20억7500여만원에 이른다. 이 기간 서울 평균 매매가는 11억8000여만원이다. 가격이 약 2배 가량 더 비싸 강남 4구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에 갈아타기 수요가 몰린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5위권에 강북권에서 동대문구가 3위를 기록한 점이다. 동대문구 부상 이유로는 청량리 일대가 재개발 사업으로 변모한 가운데 이문·휘경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가시화 되면서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모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서울 거주자들이 집합건물을 가장 적게 매입한 곳은 종로구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강북구, 중구, 금천구, 도봉구 등의 순이다. 외곽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들 지역에서 집합건물을 산 서울 거주자는 9개월간 평균 1800여명에 불과하다.
■외지인 투자 1위도 '송파구', 외곽은 '싸늘'
경기·인천·지방 등 외지인 투자자 역시 특정 지역의 서울 집합건물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올 1~9월 서울 집합건물을 사들인 외지인은 3만4512명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외지인 투자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송파구로 2637명(비중 7.6%)으로 조사됐다. 송파구의 경우 서울 거주자는 물론 외지인도 가장 선호하는 1위 지역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2위는 강동구 2294명(6.6%), 3위는 마포구 2229명(6.5%), 4위는 영등포구 2171명(6.3%), 5위는 강남구 2022명(5.9%) 등의 순이다. 외지인 투자 상위 5곳을 보면 강남 쏠림과 강북 특정지역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지인 투자가 가장 적은 곳은 어디일까. 서울 외곽지역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종로구, 금천구 등의 순이다. 이들 지역 외지인 투자건수는 100건 이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외지인 투자자들이 주로 몰린 지역은 서울 외곽지역이다. 가격도 저렴해 진입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거주자의 지방 아파트 매입은 투자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들 역시 이제는 특정 지역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규제...이미 '더더욱 똘똘한 한 채'
이들 서울 거주자 및 외지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단지는 아실 통계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올 1~9월 송파구의 경우 가락동 '헬리오시티', 신천동 '파크리오', 잠실동 '엘리트' 등이 주인공이다. 강남구에서는 그나마 상대적으 가격이 낮은 도곡동 '도곡렉슬', 수서동 '까치마을', 개포동 '개포레미안포레스트'·'대치2단지'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래미안원베일리', 잠원동 '메이플자이' 등 고가 단지들이 가장 많이 매입한 아파트로 나타났다. 동대문구의 경우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등이 100건 넘게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 대책인 '10·5 대책' 외에도 규제 대책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37곳이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데 정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즉시 규제한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단계적으로 더 확대되면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 센 대출 규제도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유세 인상 등 세금 규제도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 대책이 28차례 발표됐다.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아파트값은 전국 38%, 서울 62%, 수도권 56% 상승했다. 노원구는 아파트값이 무려 77% 폭등하기도 했다. 새 정부 역시 그간 나온 대책을 보면 공급 보다는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규제는 상대적으로 자산이 없는 계층의 주거 질을 높이는 기회를 막아 버리게 된다"며 "계속 규제가 나올 수록 자산 불평등 심화 등 시장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수요를 억누르는 것은 오래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며 "오히려 꽉 막아 놓은 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방향성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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